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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승환의 MLB] 더그아웃 반대편에 서는 날 — 그린들링거, 고향 팀과 5,889,300달러에 계약

2026년 0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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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모잴리악 신임 단장 대행(왼쪽)과 나란히 앉아 사인 인터뷰에 응하는 재러드 그린들링거. 에인절스 로고 벽면 앞에서 소년 같은 웃음을 짓고 있다. 석승환.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불과 20마일 떨어진 오렌지 카운티 헌팅턴비치 고교 출신, 재러드 그린들링거(17세)가 지난 11일 2026 MLB 드래프트 전체 12번으로 에인절스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그는 정식으로 사인 계약서에 서명하며 5,889,300달러(전체 12번 픽 풀 슬롯 밸류)에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 발표 자리에 함께 선 존 모잴리악 신임 단장 대행은 그린들링거를 향해 “우리 뒷마당에서 나온 선수에게 이런 경험을 주는 게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린들링거의 이야기는 어느 유망주보다도 ‘집안 이야기‘에 가깝다. 그의 삼촌이 오래전부터 에인절스 스타디움 시즌권을 갖고 있었고, 그린들링거는 어릴 적 그 좌석에서 더그아웃 쪽으로 발을 올렸다가 혼난 기억까지 있다고 했다. “이제는 반대편에 서 있다는 게, 뭐라 설명할 수가 없죠.” 그는 웃으며 말했다.

스즈키 감독이 “헤이 베이비, 컴온 업(Hey baby, come on up)”이라고 부르자 서둘러 스트레칭에 합류하러 뛰어가는 그린들링거. 사진 뒤로 구단 스태프가 함께 웃고 있다. 석승환

그라운드에서 스즈키 감독이 “헤이 베이비, 컴온 업(Hey baby, come on up)”이라며 그를 부르자, 그린들링거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서둘러 훈련에 합류했다.

그가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선수는 마이크 트라웃이었다. 이날 트라웃과 함께 타격 연습 그룹에 섞여 실전 라인업 선수들과 나란히 배팅 케이지에 들어섰고, 트라웃과는 포옹까지 나눴다. “그냥 트라웃이라고 답했는데, 다들 저를 트라웃한테 데려가서 안게 만들더라고요.” 스트레칭이 끝난 뒤에도 두 선수는 외야에서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이날 그린들링거는 홈런을 담장 밖으로 날리며 현장을 지켜보던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트레칭을 마친 뒤 마이크 트라웃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린들링거. 외야 뒤편 록 가든을 배경으로 편안한 표정이 눈에 띈다. 석승환

그린들링거는 좌투좌타로, 고교 시절 투수와 외야수를 모두 소화한 정통 ‘투웨이‘ 유망주다.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도 “투수 쪽이 더 밝은 미래일지, 타자 쪽이 더 밝은 미래일지” 의견이 갈렸을 정도로 두 방면 모두 재능을 인정받았다. 모잴리악 대행은 이날 그를 일단 타자로 먼저 출발시키겠다고 밝혔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건 어렵다. 역사적으로 그걸 해낸 선수는 극히 드물다. 지금 이 나이, 이 시점에는 한쪽에서 긍정적인 출발을 하는 게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날 그린들링거는 조 아델, 로건 오하피, 잭 네토, 그리고 트라웃까지 현역 선수들과 짧게나마 대화를 나눴다. 특히 그가 먼저 다가가 물었던 건 조 아델이었다 — 아델 역시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선수였기 때문이다. “고교 투수에서 마이너 투수로 넘어갈 때 타격은 어떻게 적응했냐“는 질문에 아델은 “적응은 하게 될 거다. 너 자신을 믿어라. 구단이 너를 뽑은 이유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에인절스 커트 스즈키 감독 역시 이날 그린들링거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드래프트되던 날을 떠올리며 “그 큰 형들 사이에서 내가 해낼 수 있을지 몰랐다“고 회고했다. “가족에게도, 본인에게도 노력해서 얻어낸 순간이다. 아마 많이 긴장했겠지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린들링거는 앞으로 애리조나 브릿지 캠프에 합류해 몸을 만들며 마이너 소속팀 배정을 기다릴 예정이다. 아직 정식 로스터에 오른 건 아니지만, 그가 처음 클럽하우스에 발을 들인 그날, 한 라커에는 이미 그의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석승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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