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취재로 정신없이 보낸 일주일과 그대로 이어진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고, 오늘부터 빅에이 홈 스타디움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3연전이 시작됐다. 거의 2주 만에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니 반가운 얼굴들이 가득했지만,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눈에 들어온 건 낯선 이름표였다 — 그린들링거. 지난주 오렌지카운티 헌팅턴비치 고교 출신 17세 신인으로 에인절스의 이번 드래프트 1라운더로 지명된 바로 그 선수였다. 그 자리는 며칠 전 새크라멘토 애슬레틱스에 웨이버 클레임으로 넘어간 도노반 월튼의 라커였다.

월튼은 마이너에서 콜업된 이후 팀에 적잖은 기여를 했지만, 부상자 로스터 복귀와 맞물려 방출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6월 26일 페리 미나시안 GM 경질 이후 존 모잴리악 대표이사 체제에서 나온 결정이라, 새 프런트가 어떤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만하다. 월튼 외에도 트레이 맨시니와 닉 마드리갈이 비슷한 케이스였는데, 두 선수 모두 아직 FA로 남아 있다.
디트로이트 쪽 클럽하우스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기자들과 삼삼오오 짧은 인터뷰를 나누는 선수들 사이로, 구석에서 반가운 얼굴 켄리 잰슨도 눈에 띄었다. 이날 선발은 에인절스 리드 데트머, 타이거스 트로이 멜튼. 타이거스 라인업에는 2023년 필라델피아에서 트레이드로 넘어온 대만 출신 리 하오유가 7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경기 전 스즈키 감독은 올스타 브레이크에 대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했다. 몸을 계속 움직이지 않아도 됐던 게 이번엔 달랐다”고 말했고, 프런트와 트레이드 데드라인 관련 대화도 나눴다고 짧게 언급했다. 로테이션은 선수들에게 여분의 휴식을 배분하는 쪽으로 짰다고 설명했으며, 기쿠치는 불펜 투구 후 곧 실전 타자 상대, 프레이저는 며칠 내 재활 등판, 리베라는 애리조나에서 캐칭·타격 훈련 중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경기 시작 전에는 올해 85세를 맞은 에인절스 레전드 클라이드 라이트가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랐다.
에인절스는 초반 1점을 먼저 뽑아내며 앞서갔지만, 이후 추가 득점 기회를 번번이 살리지 못했다. 3회말 트라웃이 선두타자로 2루타를 치고 샤누엘이 볼넷으로 이어 무사 1·2루를 만들었지만, 4번타자 솔레어가 ABS 챌린지 기회까지 소진하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 경기 흐름이 넘어가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5회에도 진루타 기회에서 후속타가 나오지 않으며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7회와 8회는 제퍼잔과 바크맨이 깔끔하게 막아내며 리드를 지켰다. 그러나 9회, 세이브 상황에 나선 커비 예이츠가 다시 흔들렸다. 2사 1·2루에서 리 하오유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으며 2타점을 내주고 1-2로 역전당했다. 좌타자가 연이어 등장하는 와중에도 예이츠를 고집했던 에인절스 벤치는 결국 역전을 허용한 뒤에야 좌투수 새미 나테라로 교체했다.

경기 후 데트머는 오랜만의 좋은 컨디션을 되찾은 소감을 전했다. “정말 다 잘 됐다, 오랜만에 이런 느낌이라 좋았다”며 최근 며칠간의 추가 휴식이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았던 게 결정적이었다고 짚었고, 86구에서 조기 강판된 데 대해서는 “더 던질 수 있었다, 사실 더 나가고 싶었는데 내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루머에 대해서는 “생각 안 하려고 한다. 무시하기 어렵지만 지금은 여기서 팀이 이기고 포스트시즌에 가는 데 집중하는 게 전부”라고 밝혔다.
예이츠는 최근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에 동의하면서도 스스로 아쉬움을 짚었다. “타이트한 상황에만 들어가면 선두타자를 못 잡아내는 것 같다, 그게 나를 괴롭힌다”고 말했다. 이날은 “아무한테도 볼을 안 던졌다”며 스트라이크존 위주로 던졌다고 자평했지만, 결국 리 하오유에게 결승 2루타를 내주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에인절스는 이날 패배로 시즌 최악의 흐름을 이어갔고, 상승세를 타기 위해서는 이런 산발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마무리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