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과거 미국에서 180일 이상 불법체류한 기록이 있는 이민자가 사전여행허가서를 이용해 출국할 경우 3년 또는 10년의 입국금지 조항이 적용될 수 있어 영주권 신청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연방 법무부 산하 이민항소위원회(BIA)는 13일 ‘밀라그로 델카르멘-라라 사건(Matter of Milagro Delcarmen-Lara)’에서 사전여행허가서를 받고 미국을 떠나는 것도 이민법상 ‘출국(departure)’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14년간 적용돼 온 ‘아라발리·예라벨리 판례(Matter of Arrabally and Yerrabelly)’를 뒤집은 것이다.
2012년 BIA는 사전여행허가서를 승인받은 이민자가 일시적으로 해외에 나갔다 돌아오는 경우 이를 불법체류에 따른 입국금지 조항을 발동시키는 ‘출국’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BIA는 이 같은 기존 해석을 명시적으로 폐기했다.
BIA는 이민법에 ‘출국’의 의미를 사전여행허가서 소지자의 해외여행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이 없다며, 사전여행허가서를 이용한 출국도 일반적인 출국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과거 미국에서 일정 기간 불법체류한 사람이 사전여행허가서를 가지고 해외로 나갈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행 이민법상 180일을 초과해 1년 미만 불법체류한 사람이 출국하면 3년간 미국 입국이 금지될 수 있으며, 불법체류 기간이 1년 이상이면 10년 입국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동안에는 사전여행허가서를 이용한 여행이 이러한 입국금지 조항을 촉발하는 ‘출국’으로 간주되지 않았지만 이번 판결로 이 보호막이 사라진 것이다.
블룸버그 로(Bloomberg Law)는 이번 결정이 DACA 수혜자를 비롯해 임시보호신분(TPS) 수혜자, 일부 망명 신청자, 영주권 신분조정(I-485) 신청자 가운데 과거 불법체류 기록이 있는 이민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사전여행허가서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모든 소지자의 미국 재입국을 금지한 것은 아니다.
과거 불법체류 기록이 없는 영주권 신청자가 유효한 사전여행허가서를 가지고 출국한다고 해서 이번 판결만으로 3년 또는 10년 입국금지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또 사전여행허가서는 원래부터 미국 재입국을 보장하는 서류가 아니었다.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유효한 사전여행허가서를 가지고 있더라도 입국항에서 CBP 직원의 심사를 받아야 하며 미국 입국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판결로 과거 불법체류 기록이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위험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해 영주권을 신청했거나 다른 자격으로 I-485 신분조정을 진행하면서 사전여행허가서를 받은 경우에도 자신의 과거 체류 기록을 확인하지 않고 출국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BIA는 이번에 변경한 해석을 소급 적용하지 않고 앞으로 발생하는 출국에 적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과거 기존 판례를 믿고 사전여행허가서를 이용해 여행했던 사람들의 과거 출국까지 이번 결정으로 다시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판결의 핵심 내용이다.
블룸버그 로(Bloomberg Law)는 14일 이번 결정으로 특히 DACA 수혜자들이 해외여행을 통해 합법적으로 미국에 돌아온 뒤 영주권을 신청하는 데 활용해왔던 이민 경로가 크게 좁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영주권 신청이나 신분조정 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이 사전여행허가서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단순히 ‘여행허가서를 받았으니 돌아올 수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과거 불법체류 기간과 입국 방식, 현재 이민 신분, 영주권 신청 근거 등에 따라 출국 이후 미국 재입국이나 영주권 심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