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속 직후 2주간 152만달러 손실…상인들 “지금도 모두 두려워한다”
지난해 대규모 이민 단속의 직격탄을 맞았던 LA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가 1년이 지난 지금도 고객 감소와 매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민 단속에 대한 공포가 노동자뿐 아니라 주요 고객층인 라티노 커뮤니티까지 위축시키면서 한때 쇼핑객과 도매상들로 북적이던 상권 곳곳에 빈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캐피털 앤 메인(Capital & Main)은 17일 ‘단속 1년 후 LA 패션 디스트릭트는 유령도시처럼 느껴진다’는 제목의 현장 르포를 통해 이민 단속 이후 패션 디스트릭트가 겪고 있는 심각한 경제적 후유증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6일 무장한 연방 이민 당국 요원들이 패션 디스트릭트의 의류업체 앰비언스 어패럴(Ambiance Apparel)을 급습해 직원 10여명을 체포했다.
당시 단속은 LA 일대에서 본격화된 대규모 이민 단속을 상징하는 사건 가운데 하나가 됐다. 현지 노동자들은 이날을 스페인어로 ‘6일’을 뜻하는 ‘엘 세이스(El Seis)’라고 부를 정도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한 의류 노동자는 캐피털 앤 메인에 “우리는 아직도 두렵다”며 단속 이후 패션 디스트릭트가 “유령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경제적 타격은 수치로도 확인됐다.
UCLA 라티노 정책·정치연구소(Latino Policy and Politics Institute)가 휴대전화 위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이민 단속이 벌어진 9개 지역 주변 업소들은 단속 시작 후 불과 2주 동안 약 316만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 패션 디스트릭트였다. 앰비언스 반경 0.5마일 안에만 550개가 넘는 업소가 밀집해 있는 이 지역에서 2주간 발생한 손실은 약 152만달러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노점상 등 비공식 영업은 계산에서 제외돼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단속 이후 매출이 급감하면서 대출을 받아 버틴 업주들이 있는가 하면 사업 확장 계획을 취소하거나 폐업을 고민하는 업주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년 넘게 패션 디스트릭트에서 여성용 조끼와 재킷을 판매해온 레지노 티라도(Regino Tirado)는 지난 1년이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매출은 전년 대비 거의 60% 줄었다. 과거 한 달에 약 2만5,000달러를 올렸지만 최근에는 1만달러를 벌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직원 임금과 월 5,000달러의 임대료까지 지불해야 한다.
티라도는 “그날 이후 아무도 패션 디스트릭트에 오려고 하지 않았다”며 텅 빈 거리를 가리켜 “보라.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요 고객은 라티노인데 지금은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도매상들의 방문도 과거 한 달에 두 차례 정도에서 최근에는 두 달에 한 차례 수준으로 줄었고, 일부 거래는 왓츠앱을 이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상권의 변화는 거리에서도 뚜렷하다. 캐피털 앤 메인은 패션 디스트릭트 일부 구간에서 거의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유리문에 ‘For Lease’ 간판이 붙어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패션 디스트릭트 비즈니스 개선지구의 앤서니 로드리게스 최고경영자는 상권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많은 업주들이 여전히 과거 고객들을 되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 단속에 대한 공포는 소비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일상까지 바꿔놓았다.
62세 의류 노동자 프란시스코는 출근할 때마다 길가에 세워진 SUV가 ICE의 비표시 차량인지 살핀다고 말했다. 일부 의류 노동자들은 버스 정류장에서 체포될 것을 우려해 퇴근할 때 우버를 이용하고 있으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야간 근무로 바꾼 사람들도 있다고 캐피털 앤 메인은 전했다.
프란시스코는 1990년대 초 LA로 이주한 뒤 거의 30년 동안 미국에서 살아왔지만 최근 처음으로 고향 과테말라로 돌아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 디스트릭트의 침체는 이민 단속의 파장이 체포와 추방에 그치지 않고 소비 위축과 매출 감소, 폐업 증가로 이어지면서 LA 지역 경제에도 장기적인 충격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