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보다 눈빛이나 손짓으로 반응하고, 낯선 사람과 굳이 대화를 이어가지 않는 젠지(Z세대) 특유의 소통 방식인 이른바 ‘젠지 스테어(Gen Z Stare)’가 단순한 인터넷 밈을 넘어 실제 대화량 감소 현상과 맞닿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3일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의 양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젠지 스테어’는 누군가 질문을 해도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상대를 바라보거나, 말 대신 눈빛과 손짓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인터넷 유행어다.
미주리대학교 캔자스시티(UMKC)와 애리조나대학교 연구진은 2005년부터 2019년 사이 진행된 22개 연구에 참여한 10~94세 남녀 2,197명의 일상 음성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하루 평균 발화량은 해마다 약 338단어씩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2005년과 2019년을 비교하면 사람들이 하루에 사용하는 단어 수가 약 28% 줄어든 셈이다.
특히 젊은 층에서 감소세가 더욱 뚜렷했다.
25세 미만 참가자의 하루 발화량은 해마다 평균 451단어씩 감소해 25세 이상 집단보다 감소 폭이 약 44%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스마트폰과 문자메시지,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소통 방식의 급속한 확산이 일상적인 대화를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길을 묻거나 음식을 주문하고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직접 대화를 해야 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검색이나 애플리케이션, 무인 키오스크 등을 이용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발레리아 파이퍼 UMKC 심리학·상담학과 교수는 WP에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예의 바른 행동이라고 여기는 방향으로 사회적 규범이 바뀌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대면 대화가 단순한 정보 전달 이상의 기능을 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실시간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의 말을 기억하고 표정과 반응을 해석한 뒤 곧바로 자신의 답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주의력과 작업기억 등 다양한 인지 기능이 동시에 사용된다.
또 짧은 인사나 가벼운 잡담과 같은 작은 대화도 사람 사이의 연결감을 높이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비대면 소통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지난해 10월 회원 6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Z세대 응답자의 51.6%가 가장 선호하는 의사소통 방식으로 ‘메신저’를 꼽았다.
또 전체 응답자의 46.9%는 실제 생활에서 상대방이 대답 대신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이른바 ‘젠지 스테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말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가능한 디지털 환경이 확산되면서 ‘말이 줄어드는 사회’가 일시적인 세대 유행인지, 장기적인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