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으로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었다.
한국 시간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1.3원) 보다 19.1원 오른 1350.4원에 마감했다. 장 마감 기준으로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하루 새 1.41% 나 하락했다. 이는 2020년 3월 23일(-1.579%)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 하락한 것이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20원 급등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2원 오른 1342.5원에 개장한 후 장중 1350.8원까지 올라갔다. 지난 23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346.6원)을 4거래일 만에 다시 돌파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도 2009년 4월 29일(1357.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인덱스는 109선을 넘었다. 미 동부시간으로 29일 오전 2시30분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0.46% 오른 109.30선에서 등락중이다. 2002년 6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 시장 전부터 정부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나왔지만, 환율 급등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투자자들은 지난 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의 파월 미 여준 의장 발언에 주목했다.
파월 의장은 26일 잭슨홀 미팅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고 확신할 때 까지 경계에 부담이 될 정도의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강력히 사용할 것”이라며 “또 한번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높은 금리와 성장 둔화, 약해진 노동시장 여건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사이 가계와 기업에도 일정 부분 고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폭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기를 둔화시킬 정도의 높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매파적 메시지로 9월에도 7월 수준인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물가 지표가 다소 둔화하며 올해 말께 금리 인상을 완화할 것이라는 파월 피봇(정책전환) 기대가 사라졌다.
다음달 세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 단행 가능성도 높아졌다. 28일(현지시간)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미 연준이 9월 FOMC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68.5%로 나타났다. 파월 연설 이전인 26일 61.0%와 비교해 7.5%포인트 더 높아진 것이다.
반면 미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물가지표는 급등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는 26일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월대비 0.1% 하락했다고 밝혔다. PCE 가격지수가 전월대비 하락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0년 4월 이후 2년 만이다. 8월 소비심리지수의 1년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5.2%에서 4.8%로 하락해 8개월 래 최저 수준을 보였다.
미 증시는 3대지수 모두 3%대 급락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08.38포인트(3.03%) 떨어진 3만2283.40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41.46포인트(3.37%) 하락한 4057.6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97.56포인트(3.94%) 폭락한 1만2141.71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1.35% 오른 3.071을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1.57% 오른 3.435%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