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신경을 타고 피부로 터져 나와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대상포진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발진이 발생한 후 72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신경통과 같은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상포진은 어릴 적 감염됐던 수두 바이러스가 특정한 신경에 장기간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증식해 발생한다. ‘띠 모양의 발진’을 뜻하는 병명에서 알 수 있듯 몸 한쪽에 띠처럼 수포가 올라오며 칼로 베는 듯한, 불에 타는 듯한 극심한 통증과 다양한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
대상포진은 주로 암·당뇨병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지거나 과로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50~60대에서 발생한다. 폐경기 여성들도 잘 걸린다. 남성보다 1.5~2배 정도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젊은층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대상포진의 대표적인 증상은 ‘수포’와 ‘통증’이다. 발병 초기 몸살이나 근육통이 나타나면 감기에 걸린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몸살이나 근육통이 평소보다 심하게 지속되면 피부에 수포가 발생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수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든지 올라올 수 있다.
대상포진 치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문지연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발진이 발생한 후 72시간 안에 항바이러스 제제를 복용해야 한다”면서 “보통 항바이러스 제제는 7~10일 정도치가 처방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증폭하는 감염 초기 항바이러스제를 투여 또는 복용해 억제하면 ‘대상포진 뒤 신경통’과 같은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보통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거나 복용하면 대부분 2~3주 이내 수포에 딱지가 앉은 후 딱지가 떨어져 나가면서 통증도 사라진다. 하지만 피부 병변이 치유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대상포진 뒤 신경통’으로 확진할 수 있다. 대상포진 뒤 신경통은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신경 주변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대상포진을 앓은 60대 이상의 10~30% 정도에서 대상포진 뒤 신경통을 경험한다”면서 “당뇨가 심한 경우, 심한 수포가 있었던 경우, 여성인 경우, 면역력을 지속적으로 억제해야 하는 환자들의 경우 더욱 빈번하게 발병한다”고 말했다.
심하게 손상된 신경은 다시 회복하기 어려워 손상 초기 단계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3개월 안에 치료하면 거의 대부분 좋아진다. 하지만 방치하다가 6개월~1년 후 병원을 찾으면 신경이 이미 손상돼 통증이 장기간 지속되고 우울증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1차 치료제는 항경련제, 항우울제, 국소 마취제가 도포된 패치다. 개인별로 증상에 따라 적절한 신경치료를 받아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완치 가능성이 높아지고, 신경손상이 진행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50대부터는 예방접종도 고려할 만하다. 예방접종은 수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 대상포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평생 한 번만 맞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