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를 품은 해리스의 전당대회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3만5천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었다. 바이든 정부의 일방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을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구체적으로 이스라엘을 위한 군수물자 지원 반대와 즉시 휴전을 요구하는 미국 내 범 진보계의 시위가 들불처럼 확산되었다. 전국 대학캠퍼스내의 시위는 수업을 중단해야 했고 학교출입을 금지시켜야 할 정도였다. 바이든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여론에 부응한 시위대는 대선판에 직접 뛰어 들었다. 경합주의 예비경선에서 바이든을 반대하는 표가 놀랄 정도로 불어났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결정적인 위협이 되기에 충분했다. 4년 전 대선에서 흑인민권(BLM) 이슈에 젊은층과 진보계가 모두 뭉쳤듯이 이번 대선에선 팔레스타인계가 벌이는 시위를 중심으로 젊은 진보계층의 표가 집결했다. 지난 만 5개월 이상 각 주에서 경선이 치러지는 이 시위대는 점점 더 불어났고 더 조직화 되었다. 이들은 ‘ 가자! 시카고 전당대회로..’를 외쳤다.
지난 7월21일,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사퇴를 선언하고서도 친팔레스타인계의 시위대는 수그러들지가 않았으며 모든 언론은 시카고에서 개최될 민주당 전당대회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모든 매체들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인해서 유혈사태가 벌어진 1968년 시카고에서의 ‘피의 전당대회’를 소환했다.
200여개의 작고 큰 진보단체들이 시카고에 집결했다. 빈곤,평화,보건,환경,평화 단체들이 친팔레스타인시위대에 결합되어 몰려왔다. 전당대회가 열리는 유나이티드 센타(시카고볼스의 실내경기장)의 주변은 시카고 경찰들이 겹겹이 에워 쌓다. 경찰은 시위대와의 충돌을 최대한 피하면서 오히려 시위를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몇 달 전부터 반전 시위가 유혈사태로까지 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었다. 경제적 불만,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외국전쟁, 양당에 불만을 품은 수많은 청년층이 시위에 가세한다는 뉴스가 많았다.
미시간에 집결해 있는 팔레스타인계의 몰표가 해리스에겐 위협이다. 지난 4월 미시간 경선에서 바이든으로부터의 10만 이상의 이탈표가 생겼다. 바이든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는 팔레스타인계의 몰표다. 바이든과 비교해서 해리스후보는 팔레스타인들에겐 덜 불만이다. 바이든대통령의 후보사퇴 이후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기회만 있으면 팔레스타인지도자들을 면담했다. 5일 동안의 전당대회 중에도 시위대 주동자들을 전용차와 전용기에 태워서 가까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해리스는 시위대에 적극 가담하는 친팔레스타인계 50여명의 대의원과 별도로 특별하게 만나서 그들의 요구를 경청했다. 8년 전 필라델피아 전당대회시 버니 샌더스계 대의원들이 힐러리 클린턴의 후보수락 연설 때에 TPP반대 목소리를 내던 만큼 큰 저항은 아니었지만 해리스의 후보 수락연설 중에 몇몇의 고함이 들리기도 했다. 그 정도는 저항이 아닌 존재의 알림이다. 전당대회 기간 중에 시위가 빈번했지만 대체로 평화로웠다. 텍사스의 공화당 주지사가 위협한 것처럼 국경의 난민들이 버스를 타고 시카고에 도착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예언한 해리스를 반대하는 대의원들의 대거 이탈도 없었다. 과격한 시위대의 일부 체포가 있었지만 폭력으로 인해 전당대회가 소진되지는 않았다. 해법이 없는 이스라엘/하마스 관련한 그녀의 외줄타기로 보이지만 여하튼 ‘카멀라 해리스’의 실력이다.
* 민주당에게 시카고는 전환의 변곡점
1968년 시카고에서 벌어진 피의 전당대회는 폭력이라는 드라마를 넘어서 민주당에 특별한 의미를 불러 일으켰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현대 민주당의 기원이 된 이야기다. 백인과 남성으로만 구성된 전능한 당 보스들이 당에 대한 장악력을 잃기 시작한 전환점이었다. 젊은 개혁가들이 민주당 정치의 문을 무너뜨려 대통령을 선출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만들었다. 그 이후부터 민주당은 예비선거와 전당대회가 선출직 후보를 선발하는 과정을 지배하게 되었다. 활동가와 일반 유권자가 시골과 도시의 민주당위원회를 대체하게 되었다. 대의원을 다양화 했고 여성과 소수 인종이 의석을 차지하도록 새 규칙을 고안했다.
새 세대의 이상주의적인 민주당원들이 의원으로 보좌관으로 워싱턴에 몰려들었다. 흑인민권운동가, 반전. 평화 운동가, 페미니스트운동가 등 사회 운동의 영향력이 노조위원장과 재원후원자들을 압도하기도 했다. 변화된 방식의 민주당은 ‘지미 카터’라는 땅콩 농부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고 클린턴 주의의 승리와 오바마의 즉위를 가능케 했다. 그러나 그들도 어느덧 내부자가 되었고 개혁가들은 부유해지고 권력기반을 확고히 했다. 기득권이 된 이들도 그들의 현상유지를 위해 자체적인 신비한 방어시스템을 고안해냈다. 권력유지를 위한 투표운동과 로비 분야를 개척하고 워싱턴 K 스트리트에 거대한 회사를 만들었다. 1970년대 활기찬 사회. 노동 운동은 그들의 권력주변의 울타리로 변하고 말았다. 1968년에 피를 흘리면서 선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줄 것을 요구했던 그들의 전투력은 자리를 보존하기 위한 방어력으로 변했다. 세대교체를 거부했다. 조 바이든, 빌 클린턴, 힐러리 클린턴, 낸시 펠로시, 찰스 슈머, 짐 클라이번, 버니 샌더스.. 등이 바로 반전세대 그들이다. 모두 80대이고 여전히 민주당의 실세다.
이번 전당대회의 슬로건이 “We are not going back”이다. 트럼프로 되돌아가지 않겠다는 뜻도 있지만 세대교체를 이루자는 의미다. 피를 흘리면서 세대교체를 이루었던 1968년 시카고전당대회 당시 ‘카말라 해리스/팀 월츠’는 4살의 갓난아이였다.
2016년 오바마의 재임 임기가 끝날 때에 그의 나이 55살이었다. 그 다음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후보였으니 15년 뒤로 간 것이고 그리고 2020년의 ‘조 바이든’대통령은 거기서 또 뒤로 10년을 더 간 것이다. 지난 6월27일 ‘트럼프/바이든’후보 토론회가 아니었으면 여전히 민주당은 기억상실증세가 있고 스스로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하는 80을 훌쩍 넘은 고령의 후보자를 슬쩍슬쩍 숨기면서 선거운동 중 일 것이다. 전당대회 첫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의 자진사퇴가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의 발로라고 ” 댕큐 조 “ 그리고 ” 아이러브 조 ‘라고 대대적인 환호를 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자신의 사퇴에 대해서 못내 아쉬워하는 그를 달래는 광경이었다.
* 민주당 차기 후보군에 한국계의 Andy Kim
2004년 일리노이주 연방상원에 출마한 바락 오바마는 그해 보스톤에서 개최된 전당대회의 첫날 메인스테이지의 프라임타임 연설자로 등장했다. 오바마의 중앙정치 무대의 데뷔다. 그는 그해 연방상원에 입성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불과 4년 뒤인 2008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2012년 오바마대통령이 재임대통령 후보로 나선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의 전당대회에서는 그해 매샤추세추주의 연방상원에 출마한 ‘엘리자베스 워렌’이 전당대회 메인스테이지에서 연설을 하면서 전국적인 인물로 알려지면서 상원에 입성했다 그리고 4년 뒤 2016년에 대통령후보로 출마를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 참가하면서 나는 온통 ‘Andy Kim’생각에 빠졌다. 뉴저지의 부패한 정치를 가감 없이 비판 폭로하면서 정치권의 스타로 떠 오른 앤디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연설자로 나오는가에 온통 관심이 집중되었다. 전당대회 시작 몇 일 전에 연사로 초청받지는 못했다고 알려왔다.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전당대회는 각주의 민주당 위원회가 중앙당 전당대회 준비위원에 기여(돈)하는 만큼 그 자리를 나눈다는 방식이다.
‘앤디 김’은 뉴저지주 민주당내 비주류 돌출 스타다. 그도 그럴 것이 주지사 부인과 경쟁을 하면서 당의 내부 부패를 고발. 폭로하면서 시민사회의 스타가 되었고 연방 상원입성의 문턱에 온 인물이다. 뉴저지주 민주당이 그를 연설자로 내 보낼 리가 없다는 생각에 정말로 착잡했다.
둘째 날 ‘앤디 김’비서실장으로부터 수요일 프라임 타임의 연설자로 나선다는 귀띰을 받았다. 화요일 대의원회의에 참가하고 일단 뉴저지로 돌아갔던 ‘앤디 김’이 연설을 하기 위해서 다시 시카고행 비행기를 탔다는 연락이다.
나는 지난해 가을, 앤디 김이 상원에 도전하는 모험을 감행 할 때부터 2024 전당대회에 연설자가 되고 그러면 차기후보군에 이름이 오른다고 하면서 멀지 않아 미국 대통령의 반열에 한국계 미국인이 등장할 것이라고 하면서 그의 캠프에 관여를 했다.
앤디는 길지 않은 연설을 했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상원입성을 하는 몇 안 되는 40대의 떠 오른 전국적인 스타정치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8년 전의 필라델피아, 12년 전의 샬롯대회에 비교해서 아시안계들이 많아졌고 특히 한인들의 참가가 눈에 뜨이게 많아졌지만 나에게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큰 의미고 보람은 ‘앤디 김’이다. 2018년 그가 하원에 첫 도전했을 때부터 거의 6년 동안 그의 캠페인에 늘 관여하면서 그리고 오늘이다. 전당대회 참관인 좌석에서 그의 연설장면을 보고 있는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길이 있겠는가?
* 트럼프가 민주당을 단결시켰다
바이든이 재선 캠페인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데 펠로시보다 더 핵심적인 역할을 한 민주당원은 없었다. 그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특별한 역할이 특별한 위협에 의해 동기가 부여되었다고 설명했다. “나는 승리할 수 있는 캠페인을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 나는 트럼프라는 이름을 물리치기 위해 의회에 남아있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우리나라에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펠로시는 “나는 그 사람 때문에 밤에 잠을 거의 못자요, 그가 다시 집권한다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이와 같은 펠로시의 의지는 바이든도 공유하는 믿음이었다. 바이든대통령은 “ 아무것도 그 어떤 것도 우리의 민주주의를 구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개인적인 야망도 포함됩니다.”라고 하면서 그는 중도 사퇴를 했다.
바이든의 후보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최초의 민주당 고위 의원 중 한명인 하원 군사위원회 최고위원인 ‘아담 스미스’의원은 “ 내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사퇴를 요구한 것은 바이든대통령에 주목해서 한 발언이 아닙니다. 그것은 2017년부터 일관된 우리의 일입니다. 그것은 트럼프에 관한 것이고 그를 막아야 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 위협에 맞서 성공하기 위해 단결하고 우리가 해야 할 모든 일을 하는 일입니다”고 했다.
트럼프 등장 이후로 민주당원들은 그들만의 이념적 긴장을 갖고 있다. 한번 트럼프의 승리는 민주당을 극도로 실용적인 정당으로 만들었다. 2020년에 조 바이든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은 바로 그 실용주의였고 또 2024년 바이든을 포기하도록 한 것도 바로 그 실용주의였다.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모든 정치학자들은 오늘날 공화당을 ‘개인정당’이라고 부른다. 지난 7월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개최한 공화당 전당대회를 본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의 이구동성이다. 당이 어떤 의제나 연합이 아닌 개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지금 공화당은 트럼프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가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당의 연합을 담보할 리즈 체니, 크리스 크리스티, 아담 킹진거, 미트 롬니, 마이크 펜스 와 같은 전통적인 정통의 공화당원들을 모두 추방해 버렸다.
트럼프의 지금 공화당은 정부에 대한 반감과 혐오를 바탕으로 세워졌다. 일부 당원들은 정부가 축소되고 위축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밀워키 전당대회엔 온건하고 합리적인 현직 의원들이 불참하고 그 자리엔 낮선 외부인들이 자리를 메꾸었다.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치른 민주당의 모든 논의의 공통점은 트럼프 재선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했다. 이것은 민주당원들이 누구를 사랑하느냐보다는 그들이 우선 무엇을 두려워하느냐에 대한 논의였다. 민주당은 트럼프를 막아야 한다는 믿음으로 하나가 되었다.
민주당의 단결은 그래서 트럼프가 만들었다. 트럼프 캠페인 총책인 ‘수지 와일즈(Susie Wiles)’는 지난 3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지만 그가 많은 이점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렇다”고 했다. 이번 선거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대결이 아니고 트럼프와 민주당간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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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 대표는 지난 8월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직접 참석했습니다. 이번 칼럼은 김 대표가 민주당의 시대적 변곡점이 된 시카고 전당대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