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버밍엄 시(市)가 5일(현지시간)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여성 노동자 비율이 많은 일부 직종에 지급되지 않았던 상여금을 지급하라는 ‘동일 임금’ 판결에 따른 재원 부족 때문이다.
BBC,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버밍엄 시의회는 이날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지출을 중단하는 ‘섹션 114’ 통지를 발행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 폐기물 수거, 취약계층 보호 등 법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필수 서비스 외에 다른 지출은 모두 중단된다.
BBC는 2026년 예정된 유럽 육상 선수권 대회에 대한 의회 자금도 불확실해졌다고 했다.
시의회는 6억5000만 파운드에서 7억6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동일 임금’ 청구 금액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는 2023~2024회계연도에 8700만 파운드의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 대법원은 교육 보조원, 청소원, 급식 직원 등 여성 174명이 “동일한 상여금을 지급해 달라”며 2012년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과거 쓰레기 수거와 환경미화와 같이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종사했던 직종에만 상여금을 주는 것을 시정하라는 판결이었다.
2012년 제기 후 시 의회는 이미 11억 파운드를 지급했다. 그러나 급여 청구 비용이 월 500만 파운드에서 1400만 파운드로 증가해 현재까지 발생한 부채에 대한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그렇게 할 자원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노동당이 장악한 버밍엄 시의회는 “보수당 정부가 10억 파운드의 재정 지원을 줄였다”고 비난하면서 “사회 복지 수요 급증, 법인세 급감, 인플레이션 지속 등까지 전례 없는 재정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회가 자체 에산을 관리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정부는 이를 위해 그들과 정기적으로 협력하고 있고 그들의 통치 방식에 우려를 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