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아몬드바의 한인 운영 노인 요양시설에서 한인 할머니 2명을 살해한 중국계 간병 직원이 범죄기록 신원조회가 끝나기도 전에 고용돼 근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직원은 일을 시작한 지 불과 23일 만에 시설에서 생활하던 한인 노인 2명을 비닐봉지와 테이프로 질식시켜 살해했다.
피해자 유가족은 살인범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고용·감독한 한인 시설 업주에게도 참극의 책임이 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K-News LA가 입수한 LA카운티 수피리어코트 소송 기록에 따르면 살해된 박희숙씨 측은 2024년 4월 26일 다이아몬드바 소재 노인 요양시설 ‘해피 홈 케어 포 엘더리’(Happy Home Care for Elderly) 운영자 김정현(Jung Hyun Kim·Eunice Kim)씨와 살인범 지안춘 리(Jianchun Li) 등을 상대로 노인학대와 과실 등의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핵심은 김씨가 리를 어떤 과정을 거쳐 간병 직원으로 고용하고 노인들을 돌보게 했느냐다.
법원에 제출된 캘리포니아 소셜서비스국(CDSS) 조사 기록에 따르면 리는 2023년 6월 1일부터 해피 홈 케어 포 엘더리에서 거주하며 간병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의 범죄기록 신원조회 승인이 나온 것은 15일 뒤인 6월 16일이었다.
즉 신원조회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리가 노인들이 생활하는 시설에서 근무하도록 한 것이다. 소셜서비스국은 이를 규정 위반으로 판단해 시설 측에 500달러의 즉시 민사 벌금까지 부과했다.
그리고 리가 처음 출근한 지 23일 만에 한인 할머니 2명이 살해되는 끔찍한 참극이 벌어졌다.
지안춘 리씨는 2023년 6월 24일 이 시설에서 생활하던 모니카 문 리(75)씨와 박희숙(83)씨를 차례로 화장실로 데려가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목 부분을 테이프로 감아 질식시켜 살해했다.
유가족 측은 이 시설 운영자가 리씨를 고용한 과정이 단순한 행정상 실수가 아니라 두 노인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장에서 유가족 측은 운영자 김정현씨가 리의 신원과 직무 적합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근무하도록 했으며, 이후에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박씨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시설 측이 리의 공격적이고 위험한 성향을 알고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측이 소장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제기했으나 일부는 김씨가 소송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소송은 김씨 측에 더욱 불리하게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원고 측이 보낸 사실인정요구(Request for Admissions)에 김씨가 답변하지 않아 리씨를 부주의하게 고용·감독했다는 내용과 리의 직무 적합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원고측의 주장, 리의 공격적 성향을 알고 있었다는 주장 등이 법원 절차상 인정된 것으로 소송과정에서 간주됐다.
이는 본안재판에서 증거를 심리해 사실로 확정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김씨가 사실인정요구에 답하지 않은 데 따른 절차적 결과다.
김씨는 소송 초기 변호사를 통해 대응한 것으로 보이지만 2025년 1월 30일부터 직접 소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원고 측의 증거개시 요구에 응하지 않자 법원은 답변과 관련 자료 제출을 명령하고 910달러의 제재금까지 부과했다.
그럼에도 김씨가 법원 명령에 응하지 않자 상황은 더욱 불리해졌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24일 김씨의 답변서를 삭제하고 김씨에 대한 디폴트(default)를 입력했다. 같은 해 12월 3일 공식 명령도 내려졌다.
사실상 김씨 측이 원고의 주장을 정상적인 방식으로 다투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박씨 측은 이를 근거로 지난 2월 일반 손해배상 47만달러와 변호사 비용 등을 포함해 총 49만9,780달러의 디폴트 판결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3월 25일 이 신청을 ‘without prejudice’로 기각했다. 김씨에게 입력된 디폴트를 없앤 것이 아니라 원고 측이 법원이 지적한 법적·절차적 문제를 보완해 다시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결정이다.
법원은 김씨 개인에게 시설의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와 박씨가 사망하기 전 입은 손해에 대한 입증, 47만달러의 손해액 산정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씨 측은 답변서가 삭제되고 디폴트까지 입력돼 소송에서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 놓였지만, 김씨의 최종 배상 책임이나 배상액이 확정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한편 지안춘 리씨는 지난 8월 형사재판에서 모니카 문 리씨와 박희숙씨를 살해한 1급 살인 혐의 2건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배심원단은 복수 살인 특별가중사유도 인정하고 범행 당시 정신이상 상태였다는 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