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되면 한반도에서 주한 미군을 철수하고 한국은 자체 핵무장으로 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는 26일자 포린 어페어스(FA)에 올린 ‘미국의 아시아 파트너들은 트럼프에 대한 걱정이 충분하지 않다’는 기고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아시아 중에서도 한반도를 가장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이 점점 더 심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과 비슷한 상황을 맞아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당시와 달리 ‘화염과 분노’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신 미국의 제재를 해제하는 대가로 핵실험을 중단하도록 김 위원장과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가 성과를 냈다고 자랑할 만한 제한된 양의 핵분열 물질이나 1세대 핵장치를 폐기하는 등 덜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형태의 비핵화를 제안해 거래에 나설 수도 있다.
차 석좌는 “트럼프는 쉬운 승리를 좋아한다”며 “김 위원장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순항 미사일, 전술 핵무기를 무장 해제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북한 핵을 무력화해 자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는데 한반도 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하려는 그의 열망은 확고하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1990년 초 플레이보이 인터뷰에서 한국이 매우 부유하며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후로 수십 년 동안 이 주장을 자주 반복해 왔다.
그의 전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면 어느 나라에서든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이 한국의 경우 현실이 될까봐 두려웠다”고 경고했다.
차 석좌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스스로 하나의 거래 주체가 된다면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그러한 시나리오는 거의 확실히 한반도 전체의 핵무기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차 석좌는 “대다수 한국 국민은 이미 핵무기 개발을 강력히 지지하지만 학계와 기업 및 정치 지도자 등 핵무기에 대해 혐오감을 가진 의견도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CSIS가 2024년 1~3월 실시한 엘리트 층에 대한 조사에서 대다수의 응답자는 미국이 한국 안보에 대한 공약을 철회하면 비핵화에 대한 견해가 바뀔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그는 말했다.
만약 한국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면 이는 중국과 북한에게 핵무기 능력을 선점하려는 위험한 유인을 제공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리고 한국의 핵보유는 여러 국가에서 모방에 나서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얀마는 우라늄 농축과 북한의 핵무기 설계에 관심을 보여왔다.
일본은 현재 비핵 규범을 수용하고 있지만 5000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인 거의 50t에 달하는 핵분열성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대만도 ‘핵 클럽’에서 제외되기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차 석좌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