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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로나보다 저출산이 더 심각”..요람이 비어간다.

요람 비어가는 미국…"저출산이 진정한 팬데믹"

2021년 0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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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Praveen kumar Mathivanan on Unsplash

“요람이 비었다(the cradle is empty).”

미 언론 USA투데이가 최근 코로나19로 심화한 출산율 저하를 거론하며 사용한 표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친 지난해 미국에서는 출산율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하지만 과연 이를 단순히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을까.

미국의 심장 워싱턴DC에 도착한 지 약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우연히 현지 20~30대 청년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DC 인근 한 아파트 커뮤니티 공간에서 일행과 담소를 나누다 옆자리에 있던 현지인 무리와 자연스레 합석하게 된 것이다.

대화에 참여한 이는 우리 무리까지 모두 열 명 남짓. 그중 절반이 한국인 내지 한국계 미국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이야기가 대화 주제가 됐다.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기준 꼴찌를 면치 못하는 저출산 문제도 잠시 화두에 올랐다.

“여기도 다를 게 없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귀를 기울이던 현지 청년 하나는 대화 도중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젊은이들도 결혼과 출산에 소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대 백인 남성인 이 청년은 이런 현상을 “진정한 팬데믹”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5월 발간한 2020년 잠정 출산율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출산율은 지난 2014년부터 6년 연속 연평균 2%씩 저하했다. 특히 팬데믹이 세계를 덮친 2020년에는 전년 대비 무려 4% 낮아졌다.

지난 6월 미시간주에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27%가 아이가 없고 앞으로도 가질 계획이 없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현상을 심화하기는 했지만, 출산율 감소 자체는 미국에서도 이미 장기적인 추세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이런 문제의식을 인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바이든 행정부가 내놨던 이른바 ‘미국 가족 계획(American Families Plan)’에는 아이 있는 가정 지원을 위한 포괄적 가족 휴가 지원, 아동·보육 지원 및 세액 공제 등이 포함됐다. 미 언론은 이를 저출산 및 저소득 가정 양육 문제와 연계해 자세히 다뤘다.

당시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팩트 시트에는 “가족 친화적 정책 부족으로 인해 미국은 여성의 노동 참여 분야에서 경쟁국에 한참 뒤떨어져 왔다”, “(아동 보육 지원으로) 100만 명의 부모, 주로 엄마들을 노동력에 진입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문구도 명시됐다.

비록 바이든 행정부 들어 연이어 행해진 대규모 예산 풀기와 예산안의 세부 용처를 두고는 여러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행정부 차원에서 저출산 문제 및 이에 맞물린 여성의 보육·노동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자 한다는 점만은 주목할 만하다.

2020년 기준 미국 내 여성 1000명당 잠정 합계출산율은 1637.5다. OECD 기준으로는 가임여성 1명당 1.71명 수준인데, 유사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하기엔 출산율이 1명 미만(2020년 OECD 기준 0.84명)으로 떨어진 지 오래인 한국 입장에서는 부럽기만 한 수치다. 수치로만 보자면 차이가 없기는커녕 커 보인다.

그럼에도 일견 상황이 나아 보이는 미국 사회에서조차 저출산이 ‘진정한 팬데믹’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지난 2006년부터 무려 15년에 걸쳐 저출산 대책을 펼쳐 왔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한 한국에서는 이 문제를 이제는 정말 국가 존속의 문제로 여기고 대응해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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