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장 강력한 폭염이 남가주를 덮친다. 기상 당국은 23일(목)을 기점으로 폭염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낮 기온뿐 아니라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는 ‘열대야형 폭염’이 이어져 열사병 등 온열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내륙 지역은 105도를 넘는 폭염이 예보됐으며, 산불 위험과 전력 수요 급증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립기상청(NWS) 옥스나드 지부의 기상학자 크리스탄 런드는 이번 폭염이 평년보다 8~12도 높은 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습도가 높아 밤에도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인체가 열을 식힐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설명했다.
내륙 계곡 지역은 대부분 세 자릿수 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드랜드 힐스는 최고 105~106도, 밴나이스와 팜데일도 최고기온 기록 경신 가능성이 제기됐다. LA 다운타운 역시 최고기온이 90도대 중반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보됐다.
이번 폭염은 해안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엘니뇨 영향으로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해안 역시 평소보다 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LA의 대표적인 맛집인 랭거스 델리(Langer’s Deli)는 폭염에 대비해 손님들을 위한 긴급 대책까지 마련했다. 운영자 놈 랭거는 매장 앞 대기 줄에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하고 차가운 생수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랭거는 “극심한 더위는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됐다”며 “우리는 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LA 카운티와 벤투라 카운티 해안, 산타바버라 카운티 남부 해안에는 오는 월요일 오전 8시까지 폭염 주의보가 발효됐다.
LA 카운티 보건국도 낮 기온뿐 아니라 높은 야간 기온을 이유로 여러 지역에 극심한 더위 경보를 발령했다.
보건 당국은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면 신체가 열을 배출하지 못해 열사병과 탈수,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며 특히 노인, 어린이, 만성질환자는 냉방시설을 적극 이용할 것을 권고했다.
LA 카운티는 최고 100~10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앤텔로프 밸리 지역의 냉방센터 운영시간도 연장했다.
폭염은 산불 위험도 크게 높이고 있다.
기상 당국은 높은 기온과 메마른 식생이 겹치면서 남가주 계곡과 산악, 사막 지역에서는 다음 주 초까지 산불 발생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런드 기상학자는 “습도가 높다고 식물이 타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기가 다소 습하게 느껴진다고 해서 산불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력망에도 비상이 걸렸다.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남가주 에디슨(SCE)은 오후 4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력 사용을 줄여 달라고 주민들에게 요청했다.
에디슨의 데이비드 아이젠하우어 대변인은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에 대비해 시설 현대화와 전력망 보강을 지속해 왔다”며 “지난 1년 동안 1,500메가와트 규모의 배터리 저장시설을 추가 확보해 전력 공급 안정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독립시스템운영자(CAISO)도 현재 전력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폭염과 산불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폭염은 동쪽에서 확장한 강력한 고기압과 열대폭풍 엘리다(Elida)의 잔여 세력이 이례적인 경로를 따라 북상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엘리다는 지난 20일 열대폭풍 지위를 잃었지만, 남은 에너지가 남가주 연안으로 유입되면서 높은 파도와 강한 이안류를 만들고 있다.
기상청은 목요일과 금요일 벤투라·LA 카운티 남향 해변과 센트럴 코스트에서 4~8피트 높이의 파도가 예상된다며 일요일까지 해변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당국은 가능한 한 바다에 들어가지 말고, 수영이 필요할 경우 반드시 라이프가드가 근무하는 해변을 이용하며 방파제와 바위 주변 접근을 피할 것을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 역시 기후변화가 심화시키는 현상의 하나라고 분석한다.
워싱턴대학교 글로벌보건학 교수 크리스티 에비는 과학·언론 비영리단체 사이라인이 주최한 설명회에서 “폭염은 발생 빈도와 강도, 지속 기간이 모두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폭염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박성철 기자(sungparkk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