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카드숍, 슈퍼마켓, 서점, 비디오가게처럼 평범한 일터를 운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잇따라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 사례는 ‘TCG 카드숍 시뮬레이터’다. 이용자는 작은 카드 가게 주인이 돼 포장된 카드팩을 뜯고, 상품을 매대에 올리고, 손님을 계산대에서 응대한다. 거스름돈을 틀리지 않게 주고, 더 좋은 진열장과 상품을 들여놓으며 가게를 키우는 식이다.
전통적인 게임이 용을 잡거나 레이싱카를 몰거나 전쟁터에서 싸우는 판타지를 제공했다면, 이들 게임은 정반대의 재미를 판다. 이용자는 아주 평범한 반복 노동을 게임 안에서 직접 한다.
게임 분석업체 게임디스커버코의 사이먼 칼리스 창업자는 이런 게임에 대해 “현실에서 파산할 걱정 없이 사업이 조금씩 커지는 재미를 모두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의 일자리와 보상이 불안정해질수록, 게임 속 노동은 오히려 단순하고 정직하게 보상받는 세계처럼 받아들여진다. 일을 하면 돈이 쌓이고, 매장을 정리하면 손님이 늘고, 재고를 채우면 사업이 커지는 구조가 이용자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NYT는 이런 게임들이 인기를 얻는 시점이 의미심장하다고 짚었다. 실제 노동시장은 흔들리고 있다. AI 확산과 프리랜서·긱 노동 증가로 일을 해도 얼마를 벌 수 있는지, 다음 일자리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현실의 사업도 쉽지 않다. 금리는 여전히 높고, 상품 가격과 공공요금도 크게 올랐다. 하지만 이용자는 게임 안에서 작은 가게 주인이 돼 빚과 폐업 위험을 걱정하지 않은 채 사업이 커지는 과정을 경험한다.
최근에는 소재가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눈에 띄는 게임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비디오가게, 미용실, 택배 배송, 고속도로 휴게소, 바텐더, 주차장 운영까지 게임의 일터가 넓어졌다.
이런 게임들은 직업과 공간만 바꿔도 비슷한 형식으로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제작비 상승과 무료 플레이 게임과의 경쟁에 시달리는 대형 게임사들과 달리, 노동 시뮬레이션 게임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잇따라 출시될 수 있는 셈이다.
칼리스는 지난해 나온 ‘슈퍼마켓 시뮬레이터’가 이 장르 확산을 이끌었다고 봤다. 이용자는 단순히 재고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 구조와 상품 배치까지 직접 정한다. 단순 노동처럼 보여도 매장을 설계하는 재미가 숨어 있는 셈이다.
이 장르는 1990년대 인기를 끈 ‘롤러코스터 타이쿤’, ‘레일로드 타이쿤’ 같은 경영 게임의 후손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과거의 경영 게임이 사업 전체를 위에서 조정하는 방식이었다면, 요즘 노동 게임은 1인칭 시점에서 직접 일하는 감각을 강조한다.
이용자는 사장이면서 동시에 직원이다. 상품을 주문하고 가격을 정하는 사장 역할을 하면서도, 매대를 채우고 쓰레기를 치우고 손님을 상대하는 현장 직원 역할까지 맡는다.
노동 게임이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남이 일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다. 유튜버들이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고, 계산을 틀리고, 재고 관리에 허둥대는 장면이 콘텐츠가 된다. 일하는 과정 자체가 게임이 되고, 동시에 보여주는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트렌드 예측가 션 모너핸은 이런 게임이 현실의 불안한 일자리 구조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게임 안에서는 어떤 일을 하면 정해진 보상을 받는다며 “내가 X를 하면 Y를 얻는다는 식의 더 단순하고 명확한 세계를 바라는 욕구가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제목과 부제목
K-News LA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