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수민족 동화 정책과 조선족 사회의 내부 모순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조선족 공동체의 소멸 가능성을 경고한 책이 한국에서 출간됐다.
조선족 출신 비교문화학자 김문학이 쓴 신간 ‘조선족의 종말’(타임라인)은 중국에서 출판이 금지된 것으로 알려진 문제작이다. 저자는 조선족 사회가 중국공산당 체제에 순응하는 과정에서 고유 언어와 문화, 민족적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서 가장 도발적인 대목은 ‘2050년 조선족 소멸설’이다. 김문학은 중국 정부의 동화 정책뿐 아니라 조선족 지식인들의 비판정신 상실, 경제적 이익에 대한 집착, 민족 내부의 자기반성 부족이 공동체의 해체를 재촉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 중국의 조선족 인구는 2010년 약 183만 명에서 2020년 약 170만 명으로 감소했다. 연변 지역에서는 조선어 교육이 위축되고 중국어 중심의 교육이 확대되면서 민족 언어의 세대 간 전승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저자는 조선족이 중국 국적을 가진 소수민족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중국공산당에 대한 정치적 충성이 민족적 정체성을 압도하는 현상을 비판한다. 특히 조선족 지식인과 관료, 문화예술계가 체제에 자발적으로 순응하면서 공동체의 정신적 기반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한다.
비판의 화살은 한국 사회로도 향한다. 김문학은 한국의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중국이라는 국가와 중국공산당 체제를 구별하지 못한 채 대중국 관계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바라봤다고 지적한다. 조선족 문제를 단순한 재외동포 문제가 아닌 한국의 외교와 안보, 민족 정체성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책의 ‘2050년 소멸설’을 검증된 인구학적 전망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조선족 인구 감소와 언어 사용의 변화는 확인되는 현상이지만, 이것이 민족 자체의 소멸을 의미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조선족 전체를 체제 순응적 집단으로 일반화하는 저자의 시각 역시 논쟁의 여지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종말을 선언하면서도 새로운 출발을 제안한다는 사실이다. 중국공산당 체제에 종속된 기존 정체성에서 벗어나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국경을 넘나드는 ‘포스트 조선족’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선양에서 태어난 조선족 3세인 김문학은 2004년 일본에 귀화했으며, 한중일 3개 언어로 100권이 넘는 저서를 발표한 문명비평가다.
‘조선족의 종말’은 단순한 민족 소멸론이라기보다 중국 체제 안에서 조선족이 무엇을 잃었고, 앞으로 어떤 정체성으로 살아남을 것인지를 묻는 도발적인 문명비평서다. 책의 주장에 동의하든 반대하든, 조선족 사회의 미래와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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