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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승환의 MLB] 번트 한 번, 홈런 두 방, 그리고 연장의 끝내기 — 에인절스, 휴스턴과의 홈 3연전 시리즈 승리

2026년 0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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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 박스에 들어서자 에인절스 스타디움 그라운드에는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타자들이 번트 연습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오후 2시 30분 번팅 디펜스, 2시 45분 번팅 — 오늘 포지션 플레이어 스케줄의 첫 두 항목은 어김없이 번트였다. 커트 스즈키 감독의 야구에서 번트는 선택이 아니라 훈련이다. 그 훈련이 경기 후반, 가장 팽팽한 순간에 빛을 발했다.

경기 전 웜업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로건 오하피. 석승환

8회말, 2대 2 동점. 무사 1루. 로건 오하피가 타석에 들어섰다. 1회에 마이크 트라웃의 선제 솔로포로 앞서나갔던 에인절스는 5회에 오하피 본인의 솔로 홈런으로 2대 0을 만들었지만, 8회초 체이스 실세스가 마운드에 오른 직후 동점 홈런을 맞으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었다. 오하피는 주저 없이 번트를 댔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내줬지만 주자를 2루로 보냈다. 작은 희생이었지만, 계산된 희생이었다.

경기 후 스즈키 감독이 말했다. “우리가 훈련하는 것들이에요. 매일은 아니지만 꽤 정기적으로 합니다. 그게 경기에서 나왔을 때, 선수들이 자기가 연습한 게 실제로 통한다는 걸 느끼는 게 중요해요.”

오하피에게 오늘은 단순한 경기가 아니었다. 전날 2차전에서 스윙 도중 왼쪽 손목에 통증을 느껴 교체됐던 세바스티안 리베로가 오늘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밝혔고, 그 공백을 메우며 오하피가 선발 포수로 나섰다. 5회의 선제 홈런, 8회의 희생번트, 그리고 그 이닝 복잡하게 튀어나온 타구를 침착하게 처리해 요르단 알바레즈의 홈 쇄도를 막아낸 태그 — 오하피는 오늘 공격과 희생과 수비 모두를 해냈다.

오하피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운으로 된 게 아니에요. 내가 뭘 하는지 알고 있었고, 모든 게 컨트롤됐어요. 탬파 원정 이후 2주째 계속 쌓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이어갈 겁니다.”

경기 전 번트대비 수비연습을 하고 있는 리드 데트머. 석승환

리드 데트머는 오늘 밤 자신이 가장 잘 던질 때의 모습을 보여줬다. 7이닝 1실점 9삼진 89구. 6회까지 퍼펙트 게임을 이어갔지만, 그는 그 사실을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6이닝을 통과해야 그때 생각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전까지는 그냥 이닝을 잡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 퍼펙트를 깬 건 휴스턴의 셰이 위트콤이었다. 오늘은 제레미 페냐대신 유격수선발에 7번타자로 라인업에 올랐다. 6회초, 좌중간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 흥미로운 건 바로 전날, 그리고 또 오늘, 휴스턴 클럽하우스에서 위트콤과 WBC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실이다. 한국인 어머니를 둔 위트콤은 올해 WBC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고, 이정후의 타격과 김혜성과의 경기 이야기를 웃으며 꺼냈었다. 그리고 같이 뛰었던 선수들 중 현재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WBC동료들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 붙이면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국리그에서도 뛰고 싶다는 말도 남겼다. 그 선수가 오늘은 휴스턴의 유니폼을 입고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데트머의 노히터를 혼자 힘으로 깨버렸다.

빅에이 스타디움에서 개인 수비 연습을 준비하고 있는 셰이 위트콤. 석승환

“8월 에인절스와 휴스턴의 경기를 보러 다이킨 파크를 갈 예정입니다. 다시 한 번 그곳에서 봤으면 좋겠네요” 본 기자의 말에“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아직 이 두가지 밖에는 모릅니다. 엄마한테 이제부터 진짜 더 배우려고 합니다. 그 때 오시면  휴스턴에서 꼭 다시 보시죠 “ 하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데트머는 최근 4선발 연속 좋은 흐름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냥 내 공을 믿는 것입니다. 공격적으로 들어가는 것. 구석구석 노리려 하지 않는 것. 예전에 그 패턴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믿고 들어가고 있어요. 공격적으로 들어가면 보통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동점이 된 후 경기는 연장으로 흘렀다. 10회말, 호세 시리가 끝내기 타점을 뽑아내며 에인절스가 3대 2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승리투수는 라이언 제퍼잔. 스즈키 감독은 제퍼잔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패스트볼 커맨드가 좋아지고 있고 스위퍼도 좋아지고 있어요. 열심히 한 게 결과로 나오는 건 보기 좋습니다.”

에인절스는 오늘 현재 12명이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리베로의 이탈로 긴급 콜업된 로건 포터가 오늘 처음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고, 잭 코차노위츠는 토미 존 수술을 앞두고 60일 부상자 명단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부상자 명단에 있던 트래비스 다노가 오늘 클럽하우스에 발에 차던 안전 장치를 풀고 그라운드에 나와 캐치볼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즈키 감독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가 다시 여기서 움직일 수 있어서 기뻐하고 있어요.”

번트 연습에서 시작해 연장 끝내기로 끝난 하루.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에인절스는 오늘 자신들의 야구를 했다.

<석승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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