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끌고 간 것은 에인절스의 그리섬이었다. 홈런 두 방으로 공격을 주도했고, 2회 무사 만루에서는 1루수로서 침착하게 3-2-3 병살을 완성하며 위기를 지웠다. 에인절스는 5점을 먼저 뽑으며 앞서 나갔다.
그러나 클리블랜드는 서두르지 않았다. 5회부터 한 점씩 만들며 5-5 동점을 만들었고, 8회까지 리드를 내주고도 9회 다시 따라붙은 끝에 결국 경기를 뒤집었다. 최종 스코어 8-6. 스즈키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방망이를 휘두르며 출발이 좋았죠. 그런데 상대가 야금야금 갉아먹었습니다. 타석 하나하나가 좋았어요.”라고 경기를 되돌아봤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확실히 달랐다. 득점의 기회가 오면 바로 달려들어 점수를 만들었다. 클리블랜드는 에인절스와 달랐다.

정작 그리섬은 담담했다. 초반 출발이 좋았고 그 흐름을 살리려 했다며, 상대 불펜을 끌어내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경기마다 타선의 기복이 큰 이유에 대해서는 그것도 야구의 일부라며, 리그에 좋은 투수가 워낙 많으니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안타를 긁어모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호세 라미레스는 이날도 에인절스에 강했다. 감독은 왜 그가 이 팀만 만나면 그러는지 설명할 답이 없다고 했다. 늘 칠 준비가 되어 있고 큰 것을 노리고 들어선다는 것이다. 고의사구를 검토했느냐는 질문에는 어느 쪽을 골라도 독이었다고 답했다. 다음 타자가 아델인데 좌투수를 잘 공략하는 타자라 선택이 어려웠고, 주자가 1루에 있는 상황이라 정면 승부를 택했는데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는 설명이었다.
선발 우레냐는 경기 후 이날 등판에 대해 메커니즘도 멘털도 모두 무너졌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2회 무사 만루를 지워 준 그리섬의 병살 플레이에 대해서는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스즈키 감독은 이날 우레냐의 공이 전반적으로 움직임이 많은 날이었다고 했다.

부상 소식도 있었다. 최근 마이너에서 콜업되어 올라온 캄페로가 햄스트링 문제로 경기 도중 교체됐다. 감독은 진단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경기 전, 방문자 클럽하우스에서 조 아델을 만났다. 반갑게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어 힘껏 악수를 했다. 어제 첫 타석의 기립박수와 전광판 영상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정말, 정말로 비현실적인 순간이었어요. 여기서 그렇게 해줘서 너무 기뻤어요.” 관중석에서 터진 함성을 떠올리며 덧붙였다. “그건 멋졌어요. 정말 멋진 일이었어요.”
이날 그의 락커는 호세 라미레스 옆에 있었다. 라인업에서 라미레스 뒤에 서는 순서가 클럽하우스에도 그대로 옮겨 놓인 셈이다. 이야기가 애너하임 쪽으로 옮겨 갔다. 그가 쓰던 락커를 이제 누가 쓰는지 아느냐고 묻자 아델은 되물었다. 잭 네토라고 알려 주자 그는 한 마디로 답했다. “Figures.” 그럴 만하다는 뜻이었다.
전날 아메리칸리그 이번 주의 선수로 선정된 그 네토다. 그리고 지금 그 자리는 마이크 트라웃의 바로 옆이다.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는 두 사람이 마주쳤다. 훈련 중이던 네토에게 아델이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이날 시구는 79세의 스포츠 캐스터 짐 힐이 맡았다. 텍사스 A&I대를 거쳐 1968년 NFL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된 그는 샌디에이고 차저스와 그린베이 패커스,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에서 수비수로 뛴 뒤 방송으로 전향했다. 1976년 CBS 로스앤젤레스에 합류해 선수 출신 방송인의 첫 세대로 자리 잡았고, 2006년에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별을 새겼다. 당시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그날을 짐 힐의 날로 선포했다. 지난해에는 로스앤젤레스 지역 에미상 총재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올해로 남부 캘리포니아 스포츠를 취재한 지 50년이 됐다. 10월이면 80이 되는 나이에도 하루도 쉬지 않고 현장에 나온다.

두 팀은 26일 수요일 빅에이 스타디움에서 오후 1시 7분 3차전에서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