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기 연속 선발투수가 제 몫을 다했음에도 타선이 살아나지 않으며 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던 LA 에인절스. 아메리칸 리그 투수 부문 다수의 지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에이스 호세 소리아노가 오늘 다시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과연 4연패의 고리를 끊고, 캔자스시티·시카고 원정길에 희망을 품은 채 나설 수 있을까?
소리아노는 오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블루제이스 타선에 7개의 안타를 맞으며 평소보다 더 많이 흔들리는 듯 보였지만, 5회까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방어율은 0.24. 경기 후 소리아노는 담담하게 말했다.
“때로는 이런 날이 있어요. 저를 더 힘들게 만드는 팀들이 있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계속 버티는 것뿐입니다.”
커트 스즈키 감독은 5이닝을 마친 소리아노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낮 12시 경기라는 특수한 상황, 그리고 매 등판마다 깊은 이닝을 소화해온 에이스를 향한 배려였다. 스즈키 감독은 말했다.
“교체할 때 ‘어때?’라고 물었더니 ‘최고입니다’라고 하더군요. 정말 대단한 선수예요. 보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소리아노 본인도 그 결정을 이해했다.
“감독님이 ‘너를 보호하고 싶다, 좀 쉬어라’고 했어요. 저는 컨디션이 좋았지만, 매 등판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해왔으니 그런 결정을 하신 거라 생각해요.”
배터리를 이룬 포수 로건 오하피는 소리아노의 구위를 이렇게 표현했다.
“사인을 내는 게 마치 무릎 위에서 비디오게임 컨트롤러를 다루는 것 같아요. 그가 사인을 거부해도 전혀 불만이 없어요. 그 다음에 뭔가 더 무서운 게 나온다는 걸 알거든요.”

올 시즌 달라진 점을 묻자 소리아노는 짧고 명확하게 답했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고 있고, 멘탈이 작년보다 훨씬 강해졌어요. 그게 지금 차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질문에는 이렇게 말했다.
“기분은 좋아요.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팀이 이기는 거예요. 기록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오늘은 수요일임에도 이례적인 낮 경기였다. 기자는 소리아노에게 낮 경기와 밤 경기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느냐고 묻자, 웃으며 솔직하게 답했다
“밤 경기를 더 좋아해요. 하지만 낮 경기를 해야 한다면 그것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오늘 낮 경기에서도 5이닝 무실점으로 팀을 이끌었으니, 그의 말처럼 낮이든 밤이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동료 샤누엘은 소리아노의 공에 대해 가장 생생한 표현을 남겼다.
“그는 위플볼 같은 구위를 가졌어요. 공이 그렇게 많이 움직이는 건 본 적이 없어요. 한 경기에 그를 서너 번 상대해야 하는 타자들이 불쌍할 정도예요.”
3:0으로 앞선 엔젤스였지만, 소리아노가 마운드를 떠난 뒤 불펜이 흔들렸다. 제퍼잔과 실세스가 연달아 무너지며 3점을 내주어 3:3 동점. 다시 불안의 기운이 경기장을 감쌌다. 포수 오하피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우린 절대 포기 안 해요. 그걸 알거든요. 패닉도 없었고, 의심도 없었어요.”

그러나 7회말,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볼넷으로 출루한 마이크 트라웃이 과감하게 2루 도루를 감행하며 불꽃을 당겼다. 그 도화선은 놀란 샤누엘로 이어졌다. 샤누엘의 3루선 2루타가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며 3점을 보탰고, 최종 7:3으로 3차전을 승리로 마감했다.
전날 밤, 샤누엘은 깊은 자책에 빠져 있었다. 9회 만루 찬스에서 더블플레이로 경기를 마무리한 그는 더그아웃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거기다 하체 통증까지 안고 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늘 샤누엘은 달랐다. 경기 후 그는 2루에 서서 더그아웃을 바라보던 그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 중 하나예요. 더그아웃을 보니 팀 동료들이 펄쩍 뛰고 있었고, 제가 승리의 핵심이 됐다는 걸 알았을 때 — 어깨에서 짐이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 어젯밤 힘든 경기 후에 이렇게 역할을 바꿀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오늘의 비결을 묻자 샤누엘은 이렇게 답했다.
“그냥 한 걸음씩이었어요. 투구 하나하나에 집중했죠. 계속 앞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냥 게임을 천천히 가져갔어요.”
하체 통증으로 스윙까지 조정해가며 뛰고 있는 샤누엘. 오늘이 전환점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언제 흐름이 바뀔지 몰라요. 단타 하나일 수도 있고, 오늘 같은 큰 타석일 수도 있고. 오늘이 제 전환점이 되길 바랍니다.”

스즈키 감독도 샤누엘의 반전 드라마에 감동을 숨기지 않았다.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가 무엇을 겪고 있는지 느껴지거든요. 매일 같은 자세, 같은 마음으로 팀 승리를 위해 나와요. 이 친구, 정말 잘 칩니다. 자신의 재능을 믿기만 하면 됩니다.”
4연패를 끊은 오늘의 승리. 스즈키 감독은 이 팀에서 발견한 본질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선수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끝까지 싸웁니다. 그게 이 팀의 본질이고 인성입니다. 매일 이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나오는 게 정말 즐겁습니다.”
방어율 0.24로 리그를 압도하는 소리아노가 오늘도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이 팀은 조용히 그 에이스를 믿으며 버텨왔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폭발했다.
엔젤스는 이제 캔자스시티, 시카고 원정길에 오른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