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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기술 들어간 공인구 ‘트리온다’

내장 칩이 공 위치·속도·궤적 등 미세 데이터 1초당 500번씩 VAR 시스템 송출

2026년 0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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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공인구인 ‘트리온다’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놓여있다. (사진=NASA)

역사상 최초로 48개국이 참가해 총 104경기를 치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막을 올렸다. 거대해진 대회 규모만큼이나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선수들의 발끝을 떠나 허공을 가르는 공식 공인구 ‘트리온다(Trionda)’다.

이번 월드컵 공인구는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우주 항공 기술과 정밀 물리학이 집약된 과학의 결정체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나사는 월드컵 개막에 앞서 국제우주정거장(ISS) 안을 둥둥 떠다니며 유영하는 트리온다의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트리온다가 이처럼 우주와 깊은 인연을 맺은 배경에는 과거 나사와 아디다스가 우주정거장의 미세중력(무중력) 환경에서 진행한 축구공 내부 질량 분포 연구가 자리 잡고 있다.

축구공 속에 칩이 쏙…우주 무중력서 찾은 무게중심

공인구 제조사인 아디다스는 지난 2022년 월드컵부터 공 내부에 실시간으로 속도, 위치, 접촉을 추적하는 전자 장치 센서를 심었다. 오프사이드나 아웃 판정을 정밀하게 돕고 방송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센서와 배터리들은 공 내부의 특정 위치에 고정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공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는 미세한 불균형을 초래한다.

공 내부의 질량 분포가 고르지 못하면 공이 공중을 날아갈 때의 움직임이나 회전 안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의 무게중심이 엉망이면 선수들이 아무리 정교한 슈팅이나 패스를 날려도 궤적이 삐뚤어질 수밖에 없다. 축구공의 완벽한 비행 궤적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진이 주목한 곳이 바로 우주 공간이다

우주에서는 지구 중력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축구공 내부의 질량이 공의 움직임과 회전에 미치는 물리학적 인과관계를 가장 완벽하게 측정할 수 있다. 아디다스 연구진이 지난 2019년 ISS 국립연구소와 손잡고 무중력 연구를 진행한 이유다.

물체의 질량 중심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은 원래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핵심 열쇠다. 이 우주 연구 데이터가 축구공 내부 센서 탑재에 따른 실제 경기력 변화를 예측하고 공인구를 한 단계 진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황인범이 슛을 하고 있다. 2026.06.12. kmn@newsis.com

미세한 회전까지 초당 500번씩 VAR 시스템 송출…정밀 전자 기기 된 축구공
이번 대회에 투입된 트리온다는 단순한 축구공이 아닌 정밀한 전자 기기에 가깝다. 특히 트리온다에는 아디다스가 한 단계 더 진화시킨 ‘커넥티드 볼(Connected Ball)’ 기술이 적용됐다.

고성능 500㎐ 관성측정장치(IMU) 모션 센서 칩이 대표적이다. 초정밀 칩이 탑재돼 그라운드 위 판정의 눈을 한층 진화시켰다. 트리온다에 내장된 센서는 공의 위치·속도·회전·궤적을 비롯한 미세한 움직임과 접촉 데이터를 1초에 500번씩 비디오 판독(VAR) 시스템으로 실시간 송출한다.

이 초정밀 데이터가 경기장 내 추적 카메라가 수집한 선수들의 위치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결합하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거치면서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는 오프사이드 반칙을 몇 초 만에 잡아낸다.

뿐만 아니라 심판들이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든 미세한 손 접촉까지 식별해내 잠재적인 핸드볼 반칙 등 논란의 소지가 큰 판정 시간을 대폭 단축해 준다. 칩의 구동을 위해 90분 완충 시 6시간 동안 작동하는 배터리도 함께 탑재됐을 정도다.

또 과거에는 센서 칩을 공 한가운데 띄워 고정하기 위해 복잡한 지지대 시스템이 필요했으나, 이번 대회부터는 4개의 패널 중 하나에 특수 설계된 내부 층에 센서를 측면 밀착 장착하는 신기술을 구현했다.

아디다스는 센서와 배터리가 측면 패널로 들어감으로써 발생하는 내부 질량 치우침을 상쇄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센서가 없는 나머지 3개 패널 부위에 완벽한 무게 대칭을 맞추기 위한 균형추를 소수점 단위까지 계산해 정밀 배치했다. 우주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무게 중심 설계다.

역대 최소 4개 패널 설계…나사 기술로 비행 안정성 확보
아디다스가 나사와 함께 한 축구공 공기역학 연구는 수년간 축적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나사 에임스 연구소 엔지니어들은 과거 월드컵 공인구였던 ‘브라주카’ 등을 유체역학 실험실의 풍동(인공 바람을 일으키는 터널) 환경에 넣고 직접 테스트를 수행한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회전이 적은 킥을 할 때 공기 흐름이 공의 가죽 이음새(솔기)를 지나며 불안정해져 공이 예측 불가능하게 춤을 추듯 흔들리는 ‘너클볼’ 현상을 집중 조사했다. 나사 엔지니어들은 이 너클볼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속도와 기류 조건을 정밀 측정했고, 이 데이터는 축구공 패널의 모양과 표면 질감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뼈대가 됐다.

이같은 수년간의 연구를 거쳐 트리온다는 역대 월드컵 공인구 중 가장 적은 단 4개의 가죽 패널로만 제작됐다. 패널 수가 적으면 공이 불규칙하게 튀기 쉽지만, 패널 표면에 새겨진 3개의 깊은 홈과 특수 돌기 처리를 통해 바람의 저항을 가장 일정하게 받도록 설계했다. 공이 경기 중 휘어지거나 떨어질 때 규칙성을 유지하도록 비행 일관성을 확보해 준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을 계기로 스포츠 장비에 적용되는 과학 기술이 또 한 단계 도약했다고 보고 있다. 우주선과 인공위성의 비행 궤적을 예측하는 데 쓰이던 첨단 항공 우주 기술과 유체역학 법칙이 초록 그라운드 위에 완벽하게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라운드 위를 가르는 축구공의 정교한 궤적 뒤에는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거대한 우주 과학적 설계가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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