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내려 리프트를 잡으니 구장까지 25분 정도. 밖의 온도는 화씨 100도가까이라고 운전기사가 알려준다, 피부가 조금 끈적거린다. 그런데 어디를 들어가든 에어컨 바람이 쏟아진다. 호텔은 구장에서 걸어서 십 분이 안 되는 곳에 잡았다. 걷는 동안 더운 느낌은 있었지만 캘리포니아에서도 겪는 정도였다.

구장 안으로 들어서자 시원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냉기가 밀려왔다. 다이킨 파크. 일본 공조회사의 이름을 딴 구장이다. 그렇다면 실내 온도만큼은 어디보다 잘 관리하지 않겠나 싶었는데, 저녁 경기 시작 시각 기준으로 바깥은 95도, 구장 안은 73도라고 공식 발표를 한다. 프레스박스에서는 반팔 셔츠로 앉아 있다가 추워서 셔츠를 하나 더 입었다. 농담으로 시작한 생각이 숫자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한 가지 또 기분이 좋은 점은 사람들이 대부분 친절하다. 콜로라도 쿠어스 필드에서도 같은 기분이었는데, 여기서 다시 느꼈다. 서던 호스피탈리티인가?
얼마 전 긴 재활 후, 에인절스의 불펜에 복귀한 벤 조이스의 그립 변화를 다룬 영상 분석을 본 적이 있다. 화면을 캡쳐해 두었다가 그에게 직접 보여주며 의도적으로 바꾼 것인지 물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답이 돌아왔다. 본인은 몰랐다는 것이다. 사진을 아주 흥미롭게 들여다보더니, 본인은 그립을 조금 더 편하게 잡으려고 했을 뿐이라며 웃었다. 이런 걸 다 찾아내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던지는 사람이 자기 손가락의 변화를 모르고 있었다. 그걸 누군가가 영상으로 잡아내 분석하고 있었고, 그 화면을 들고 온 사람은 또 다른 나라에서 온 기자였다. 메이저 리그는 이렇게 전 세계에서 주시하는 스포츠다.
좌측 외야에는 랜드리스 크로포드 박스가 있다. 구장 뒤를 지나는 크로포드 스트리트에서 온 이름이다. 도심 블록에 끼인 부지라 좌측 담장을 더 밀어낼 수 없었고, 삼백십오 피트짜리 짧은 담장 위에 관중석을 얹어 만든 자리다. 그 위쪽 선로에는 실물 크기의 증기기관차 모형이 있고, 앞뒤로 움직이며 야구장의 분위기를 띄운다. 유니언 스테이션 역사를 품은 부지의 성격을 그대로 살린 것이다.

한 가지 다른 구장과 다른 점은, 휴스턴 구장은 한국 야구장과 같이 치어리더가 있었다. 물론 경기 내내 응원전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른 구장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7회초 스트레칭이 끝나는 시간에 크래커 잭 과자를 관중들에 나누어 주기도 했다.
경기는 4회초에 갈렸다. 1사 1, 2루에서 에인절스 덴저 구즈만이 바로 그 크로포드 박스를 향해 큰 타구를 날렸다. 넘어갈 수도 있었던 공을 관중이 손을 뻗어 잡아버렸다. 판정 끝에 2루타로 처리돼 2점만 인정됐다. 아쉬운 장면이었다. 판정을 기다리는 동안 경기의 흐름도 함께 끊겼다. 그리고 이날 에인절스가 낸 점수는 그 2점이 전부였다.

에인절스는 안타 5개, 득점권에서 6타수 1안타에 그쳤다. 감독은 전날과 이날의 차이를 2아웃 이후의 안타에서 찾았다. 어제는 그것이 나왔고 오늘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기는 2-3으로 졌다. 9회초 휴스턴의 클로저 조시 헤이더가 올라와 그대로 닫았다. 이번 시리즈 현재 1승1패, 내일 3차전에서 이번 시리즈의 승패가 갈린다.
밖으로 나오니 10시 30분 밤인데도 공기는 83도, 아직 뜨거웠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