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공항에서 댈러스까지 북쪽으로 45분. 공항에서 글로브 라이프 필드까지는 25분 거리였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밀려든 습기와 후끈함으로 텍사스의 여름을 제대로 실감했다. 경기 시작 무렵 바깥 기온은 화씨 98도, 하지만 경기장 안의 온도는 74도.
글로브 라이프 필드의 방문팀 클럽하우스는 대단히 쾌적했다. 지금까지 다녀 본 돔구장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고, 야구장 위에 그대로 천장을 덮어 놓은 듯한 인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패널 개폐식 지붕이 8월의 알링턴을 막아 세우고 있었다. 프레스박스는 홈플레이트 뒤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클럽하우스 안의 풍경은 이날도 익숙했다. 에인절스 선발투수 리드 데트머는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고 얌전히 있었다. 등판일마다 반복되는 그의 루틴이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 익숙한 장면이 또 한 번 반복됐다. 데트머는 6이닝 동안 89구를 던져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레인저스 타선을 막아 냈다. 그러나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데트머가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 에인절스 타자들이 뽑아낸 안타는 단 두 개였다.
가장 큰 고비는 5회말이었다. 만루 위기에서 코리 시거를 맞은 데트머는 슬라이더로 승부하려던 계획을 도중에 바꿨다. 경기 후 그는 “코리를 지난 몇 년간 많이 상대했다. 슬라이더보다는 패스트볼을 많이 던져 왔다”며 “만루였기 때문에 가장 좋게 느껴지는 공으로 가려 했는데, 좋은 슬라이더를 계속 골라내더라. 그가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나서 패스트볼로 승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시거는 선 채로 삼진을 당했다.

득점 지원 이야기가 나오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내 투구에서 벗어나게 된다”며 그는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전날 팀이 18점을 냈던 것이 오늘 투구에 도움이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새로운 날이다. 어제 있었던 일은 지나간 일이고, 마운드에는 다른 투수가 서 있다. 어젯밤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승부는 연장 10회에 갈렸다. 10회초 덴저 구즈만이 2루타를 때려 호세 시리를 불러들이며 에인절스가 1-0으로 앞섰다. 그러나 무사 주자를 두고도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스즈키 감독은 “당연히 득점으로 연결하고 싶었던 주자였다. 그 점수가 있었다면 분명 도움이 됐을 것”이라면서도 “그게 야구고, 우리가 계속 다듬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0회말 텍사스 레인저스가 2점을 뽑아 1-2로 역전하며 경기는 끝났다. 텍사스 랭포드의 행운의 안타가 만든 1점과 뒤 이은 두란의 내야안타, 그러나 에인절스 3루수 구즈만의 2루 송구 에러로 텍사스에 끝내기를 허용했다. 에인절스로서는 아쉬운 경기였다.
에인절스는 22일 오후 6시 5분 2차전에서 라이언 존슨을 선발로 내세운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