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이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공화당이 이번에는 ‘원정출산(Birth Tourism)’을 겨냥한 새로운 입법 추진에 나섰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임신한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법안을 하원에서 표결에 부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에 따르면 존슨 의장은 8일 “원정출산을 막기 위한 상징적 성격의 법안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움직임은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시도를 6대 3으로 기각한 직후 나왔다.
존슨 의장은 지난 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는 법치주의와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입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즉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헌법 개정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개헌은 시간이 더 걸리는 절차”라고 덧붙였다.
다만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실제 법제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상원에서는 법안 처리를 위해 최소 60표가 필요하지만 공화당 의석은 53석에 불과해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통과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대법원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즉시 연방대법원에 재심리를 요청할 것”이라며 “이 미친 판결을 바꾸지 않으면 미국은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연방대법원이 이미 선고한 사건을 다시 심리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재심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이 이미 선고한 사건을 다시 심리한 사례는 1965년 이후 없었으며, 기존 판결을 뒤집은 사례도 미국 역사상 1956년 단 한 차례뿐이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30일 6대 3 의견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모의 국적이나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다는 기존 헌법 해석을 유지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서 “시민권은 과거에도 지금도 권리를 가질 권리”라며 “수정헌법 제14조 제정자들은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자유인에게 그 약속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는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브렛 캐버노 대법관과 함께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이 모두 찬성했다.
반면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얼리토, 닐 고서치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공화당은 출생시민권 자체를 폐지하지 못하자 원정출산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우회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백악관의 대표적인 강경 이민정책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대법원 판결 직후 “이번 판결은 미국 공화국의 심장에 꽂힌 칼과 같다”며 “헌법 해석 때문에 문명이 자멸한다면 그 해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마크웨인 멀린 국토안보부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인들이 임신 8개월에 관광비자로 입국해 아이를 낳은 뒤 중국으로 돌아간다”며 국가안보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이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의 호르헤 로워리 상무는 “관광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본국과의 강한 경제적·사회적 유대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며 “원정출산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미 입국심사 과정에서 사기 목적이 의심될 경우 입국을 거부할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새로운 법적 권한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퀴니피액대학교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의 약 70%가 현재의 출생시민권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K-News LA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