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주권자의 해외여행 후 재입국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지고 있다.
최근 연방대법원이 영주권자의 재입국 과정에서 정부의 권한을 확대하는 판결을 내린 데 이어, 연방 이민당국도 장기 해외 체류자와 범죄 이력이 있는 영주권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면서 재입국 거부나 추방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영주권자들이 해외여행을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올 때 미국 내 생활 기반을 입증할 수 있는 각종 서류를 미리 준비해야 불필요한 2차 심사나 입국 지연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23일 ‘Blanche v. Lau’ 사건에서 6대 3으로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해외여행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한 영주권자가 당시 계류 중이던 형사 사건 때문에 국경심사 과정에서 일반 영주권자가 아닌 ‘입국 신청자(applicant for admission)’로 재분류된 것이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국경심사관이 재입국 당시 범죄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이후 확보된 증거나 나중에 확정된 유죄 판결까지 근거로 삼아 영주권자를 입국 신청자로 재분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영주권자는 기존보다 훨씬 불리한 법적 지위에 놓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입국 신청자로 분류되면 정부가 부담하던 입증 책임이 상당 부분 영주권자에게 넘어갈 수 있으며, 영주권 카드가 압수되거나 보석 없는 구금(mandatory detention)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후 추방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이번 판결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모든 영주권자가 아니다.
대법원 판결은 ▲형사 사건이 진행 중인 경우 ▲현재 범죄 수사를 받고 있는 경우 ▲과거 체포 또는 유죄 전력이 있는 경우 ▲현재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영주권자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최근 연방 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 기조를 고려하면 일반 영주권자에 대한 입국 심사 역시 이전보다 엄격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해외 체류 기간이 6개월을 넘으면 미국 영주 의사를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1년 이상 해외에 체류한 경우에는 영주권 포기 여부가 핵심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입국 심사에서는 미국 내 실질적인 생활 기반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 소유 또는 임대 계약서, 재직증명서와 급여명세서, 최근 세금보고 기록, 은행 거래내역, 공과금 청구서, 운전면허증, 건강보험 가입 증명서 등을 준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들 서류는 영주권자가 미국을 생활 근거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장기간 해외 체류가 예정돼 있다면 출국 전에 재입국허가서(Reentry Permit)를 신청하는 것이 안전하며, 입국 심사 과정에서는 사실대로 답변하고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과 강화된 입국 심사 기조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과 맞물려 영주권자의 해외여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범죄 이력이 없고 미국 내 거주와 세금 신고, 직장 등 생활 기반을 꾸준히 유지해 온 대부분의 영주권자라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장기 해외 체류나 형사 사건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출국 전 반드시 이민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