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된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55)이 징역 45년형을 선고받았다고 AP통신, BBC 등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미국으로 코카인 밀매를 공모하고 기관총을 포함해 위험한 무기를 소지한 혐의로 지난 3일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뉴욕검찰은 그가 중남미 국가인 에콰도르를 ‘마약 국가(narco-state)’로 만들었고, 마약 밀매 업자들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유죄 평결에 앞서 최후 변론에서 “그는 기관총의 보호를 받으며 코카인을 미국으로 밀매하는 초고속도로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나는 무죄”라며 “(검찰의) 기소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량과 별도로 800만 달러(약 111억 28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AP통신에 따르면 담당 판사는 심리에서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권력에 굶주린 두 얼굴의 정치인”이라고 밝혔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미국으로 추방된 이후 뉴욕 브루클린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는 당초 심각한 에콰도르 마약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법과 질서를 주창하며 에콰도르 대선에 출마했다. 그러나 검찰은 “에르난데스가 부패하고, 잔인하고 폭력적인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세계 최대 마약 밀매 조직 중 하나와 손을 잡고 불법으로 미국에 마약을 밀매했다”고 지적했다.
에르난데스는 연임에 성공하며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온두라스 대통령을 역임했다.
그러나 마약 사건 연루 혐의가 드러나 퇴임한 지 3개월 만에 미국 뉴욕으로 송환됐으며 2022년 4월 연방 검찰에 체포됐다.
중남미 국가 지도자가 마약 범죄로 미국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파나마 전 군부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가 마약 범죄로 1992년 마이애미 법원에서, 알폰소 포르티요 전 과테말라 대통령이 2014년 미국 뉴욕 법원에서 각각 유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