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삼양식품·오뚜기 등 라면 기업들이 올 상반기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호실적을 거뒀다. ‘든든한 한끼’라는 인식과 함께 K푸드 대표 상품으로 라면이 떠오르면서 해외에서 라면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가파른 물가 상승 속에서 라면이 간편한 식사 대용으로 부각되면서 농심, 삼양, 오뚜기 등 라면 기업들이 올 상반기 해외에서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했다.
미국 울린 신라면…日라면보다 6배 비싸도 잘 팔려
라면업계 1위 농심은 미국 내 ‘K라면’ 인기에 힘입어 해외 사업이 큰 폭으로 성장하며 올 상반기 호실적을 거뒀다. 농심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해외법인 매출 5062억원, 영업이익 47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8%, 286.1%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5월 미국 제2공장이 본격 가동하면서 물류비 절감과 공급량 확대 효과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농심의 상반기 호실적은 미국 법인이 이끌었다. 상반기 미국 법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162억, 33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25.2%, 536% 증가한 수치다. 올 상반기 농심의 해외 영업이익 증가분이 349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법인의 증가분이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농심은 1994년 첫 해외법인인 미국법인(LA)을 설립했다. 현재 중국과 미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농심 신라면은 올해로 33년째 국내 라면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외를 합한 신라면의 누적 매출액은 16조3000억원, 누적 판매량은 369억개에 달한다.
지난해 신라면의 해외 매출액은 62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8.5%를 차지했다. 국내 매출액(4400억원)을 뛰어 넘었다.
국내에서 30년 넘게 1등 브랜드의 위상을 유지하면서,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브랜드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결과다. 농심 라면 전체로 놓고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매출 비중이 56.0%로 해외(44.0%) 보다 아직 더 높은 편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 신라면이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데는 ‘한국적인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라는 농심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이 주효했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이듬해인 1987년 수출을 시작하며 세계 무대로 나섰다. 1971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 라면을 수출하며 해외시장에서 발을 넓혀오던 농심은 신라면의 맛을 그대로 들고 나가 정면승부를 펼쳤다.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하이 공장을 시작으로 중국 칭다오 공장(1998년), 중국 션양 공장(2000년), 미국 제1공장(2005년), 미국 제2공장(2022년) 등 해외에 생산기지를 설립했다.
농심재팬(2002년)과 농심호주(2014년), 농심베트남(2018년), 농심캐나다(2020년) 등 세계 각국에 판매법인을 세워 현지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해왔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농심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2017년 국내 식품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 입점을 이뤄냈으며 2018년에는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현지 유통점 매출이 아시안 마켓을 앞질렀다. 신라면은 한인시장에서 벗어나 미국인이 더 많이 찾는 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시장에서 성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제품은 단연 ‘신라면’이었다. 올 상반기 신라면(봉지)은 전년 대비 19% 늘어난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신라면의 맛에 매료된 소비자들의 재구매가 계속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신라면블랙은 경쟁사인 일본 라면에 비해 6배 가량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찾는 미국 소비자들의 니즈(요구)를 충족시키며 브랜드 파워가 더욱 견고해졌다는 평가다.
농심은 북미에 이어 중남미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힘을 더하고 있다. 우선, 미국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인 멕시코가 첫 번째 타깃이다. 멕시코는 인구 1억3000만 명에 연간 라면시장 규모가 10억 달러로 추정되는 큰 시장이다.
현재는 일본의 저가 라면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멕시코는 고추 소비량이 많고 국민 대다수가 매운맛을 좋아해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고 있다.
신라면은 세계 100여개 국으로 수출되며 식품한류 신화를 쓰고 있다. 신라면은 가깝게는 일본, 중국에서부터 유럽의 지붕인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중동 및 아프리카,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세계 방방곡곡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신라면의 매운맛은 여전하다. 농심은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1000여 개 신라면 영업망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중국에서 신라면은 단순 한국산 라면을 넘어 공항, 관광명소 등에서 판매되는 고급 식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얼큰한 맛이 중국인들이 신라면을 찾는 가장 큰 이유”라며 “신라면의 빨간색 포장과 매울 신(辛)자 디자인을 두고 중국인들도 종종 자국 제품이라고 여길 만큼 신라면은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오뚜기, ‘진라면’ 앞세워 70여국에 수출…순한맛 중국서 인기
오뚜기도 ‘진라면’을 앞세워 해외에서 브랜드 파워를 넓히고 있다. 1980년대부터 라면과 카레 등을 수출해 온 오뚜기는 현재 70여개 국가에 자사 제품을 수출 중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린 오뚜기의 수출 실적은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3000억원을 넘어섰다. 2021년 2736억원에서 2022년 3265억원으로 19.3% 증가한 것이다.
올 1~8월 기준 오뚜기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3.3%에 달한다.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1년엔 11.8% 였으나 지난해 12.7%로 늘어나는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가운데 오뚜기 라면 수출 1위는 중국으로 ‘진라면 순한맛’이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이다.
오뚜기는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특히 세계 각국의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과 신규 시장 개척,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오뚜기는 올해 글로벌 라면 수출 국가를 60개국으로 확대하고, 라면 수출 1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출시, 판매하지 않은 글로벌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수출 전용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진라면 치킨맛, 진라면 베지, 보들보들치즈라면(오리지널·매운맛), 보들보들치즈라면(오리지널·매운맛) 등 국가 전용 제품을 출시, 수출 중이다.
또 인도네시아 할랄라면 시장 진입을 위해 베트남 라면공장 인니할랄을 인증하고, 전용 생산기지 구축을 준비중이다.
특히 진라면을 중심으로 자사 브랜드를 각인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핵심 수출국인 베트남에선 2018년 라면공장을 생산해 진라면과 북경짜장 등을 생산 중이다.
오뚜기는 1988년 미주 지역에 라면, 카레 등을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미주·아시아·오세아니아·아프리카 등 세계 70여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1994년엔 해외 진출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중국 강소성에 부도옹식품유한공사를 설립했다. 1997년엔 오뚜기 뉴질랜드 공장을 준공해 청정지역의 원료를 확보했다.
또 2005년과 2010년엔 미국과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오뚜기는 미국·베트남·뉴질랜드 등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특히 베트남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오뚜기 베트남은 영업과 제조를 동시에 출범한 첫 해외 법인으로, ‘케챂’과 ‘마요네스’를 비롯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오뚜기는 베트남의 풍부한 열대과일을 이용한 원료 생산을 계획하고, 베트남 내수 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오뚜기’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2015년부터 라면공장 설립을 준비한 오뚜기 베트남은 2018년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박닌공장을 준공하고 진라면과 열라면·북경짜장·라면사리 등 다양한 오뚜기 제품을 생산해 오고 있다.
베트남 내 K라면 열풍에 힘입어 ‘진라면’과 ‘진짜장’, ‘북경짜장’ 등이 인기를 끌면서 ‘오뚜기 베트남’의 매출도 지속 성장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동남아와 중화권을 중심으로 대형 유통채널 및 로컬마켓의 입점이 확대되고 있다”며 “유럽과 오세아니아,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 활동을 적극 전개하며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K라면 대표주자…전세계 100여개국에 수출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글로벌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출시 초기만해도 ‘너무 매워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전 세계 100여개국에 수출될 정도로 ‘매운맛’ K라면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량 50억개를 돌파한 ‘불닭 시리즈’는 고전하던 삼양식품을 일으켜 세운 일등 공신이다. 삼양식품의 연간 매출의 70% 가량이 불닭 시리즈에서 나온다. 해외매출의 85% 가량이 불닭 시리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수출이 본격화한 2016년 이후 거의 매년 최고 실적을 새로 쓰고 있다. 2016년 3593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909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할 전망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연결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11.8% 증가한 2854억원을 달성했다. 불닭볶음면 등 불닭 브랜드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삼양식품의 2분기 해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6% 증가한 1899억원으로 분기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했다.
미국 법인은 매출은 올해 상반기 4980만 달러(약 673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91.6% 증가했다. 일본법인 상반기 매출은 12억6000만엔(약 114억원), 중국법인은 매출은 3억7000만 위안(약 683억원)을 달성했다.
불닭볶음면 성공 신화의 주역은 삼양식품가(家)의 며느리인 김정수 부회장이다. 2011년 김 부회장은 우연히 방문한 명동 소재 음식점에서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매운맛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더 매운 맛을 느낄 수 있는 라면 개발에 착수했다.
제품 개발에만 1년이 소요됐다. 전국 유명 불닭, 불곱창 맛집들을 탐방하고 매운소스 2t과 닭 1200마리가 투입됐다.
출시 초기 국내 매출은 월 7~8억원 정도였는데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3달 만에 배로 증가, 출시 1년 만에 월 3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시작된 폭발적인 수출 성장세에 힘입어 2017년 1억달러, 2018년 2억달러, 2021년 3억달러, 2022년 4억달러 수출을 달성하며 현재 한국 라면 수출액의 약 55%를 담당하고 있다.
불닭 시리즈가 글로벌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 중 하나는 ‘현지화’다. 삼양식품은 각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반영한 현지 맞춤형 제품으로 현지인 입맛을 공략했다.
현지 맞춤형으로 개발돼 현재 해외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불닭브랜드 제품은 ▲커리불닭볶음면 ▲마라불닭볶음면 ▲콘불닭볶음면 ▲3X핵불닭볶음면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 ▲야키소바불닭볶음면 ▲불닭비빔장이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월 일본에서 출시된 야키소바불닭볶음면은 출시 2주 만에 초도 물량 20만 개가 완판될 정도로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현재는 태국과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12개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도 수출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지역별 영업마케팅 강화,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해외사업부문의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또 불닭소스를 중심으로 소스사업부문도 강화해 불닭소스를 1000억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올해도 다양한 소비자 입맛에 맞춘 신제품 개발과 대표 브랜드인 불닭볶음면의 지속적인 관리와 젊은 세대 공략 이색 홍보 활동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