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이 힘들게 잡은 먹이를 먹기 위해 물웅덩이 옆 나무에 앉기도 전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표범은 소리가 난 곳을 향해 경계의 눈빛을 보내더니 먹이를 포기하고 도망간다.
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캐나다 웨스턴대학교의 리아나 자네트 박사와 마이클 클린치 박사의 연구팀은 야생동물들이 사자의 포효보다 사람의 목소리에 더 큰 공포를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남아프리카의 그레이터크루거 국립공원에서 다양한 동물의 공포 반응을 테스트했다. 동물의 움직임에 반응해 소리를 재생하는 장치를 물가에 설치해 지나가는 동물들이 다양한 소리에 반응하는 것을 연구했다.
장치는 6주 동안 24시간 작동하면서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온 동물들에게 사자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 사람이 차분하게 말하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들려줬다.
실험 기간 중 촬영된 영상 중 19종의 동물을 중심으로 4000건 이상의 반응을 분석한 결과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사자, 개, 총소리를 들었을 때보다 도망갈 확률이 약 2배 높았고, 물가를 떠나는 시간이 약 40% 빨라졌다.
아프리카의 거대한 포유류인 코끼리도 마찬가지였다. 클린치 박사는 “코끼리들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도망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자 소리에는 예외의 반응을 보였다. 코끼리들은 사자 소리가 나는 장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거나, 어떤 경우에는 장치를 공격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코뿔소의 반응 또한 흥미롭다고 밝혔다. 코뿔소는 사자 소리보다 사람의 목소리에 두 배나 더 빠른 반응을 보여줬다. 클린치 박사는 “향후 연구에서는 사람의 목소리 재생을 통해 밀렵이 많이 발생하는 곳에서 동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지 탐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자네트 박사는 실험의 결과가 야생동물 사이에서 인간은 최상위 포식자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게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저널에 게재된 논문을 검토한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생태학자 크리스 다리몬트는 “이 연구는 매우 가치 있다”라며 “추후 연구에는 소리뿐만 아니라 후각적 자극도 포함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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