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노리치시티)가 ‘불법 촬영 혐의’를 벗을 때까지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다.
대한축구협회는 28일 오후 이윤남 윤리위원장,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 정해성 대회위원장, 최영일 부회장 등으로 논의 기구를 구성해 회의를 열고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황의조를 국가대표팀에 선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윤남 위원장은 “아직 범죄 사실 여부에 대한 다툼이 지속되고 있고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협회가 예단하고 결론 내릴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국가대표는 고도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자기 관리를 해야 하며, 국가대표팀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위치에 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선수가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점, 이에 따라 정상적인 국가대표 활동이 어렵다는 점, 국가대표팀을 바라보는 축구 팬들의 기대 수준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황의조를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오늘 논의에 앞서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에게 선수와 관련된 제반 상황을 설명했으며, 관련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했다.
이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현재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며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써 황의조가 사법당국으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지 못하면 내년 1월12일 카타르에서 개막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출전은 무산된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은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만약 기소돼 재판까지 가면 태극마크를 평생 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2015년 9월3일 라오스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8-0 승)에서 A매치 데뷔한 황의조는 A매치 62경기에서 19골을 기록 중이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선 바 있다.
황의조는 전 연인과의 성관계 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자신이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한 한 여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련 영상을 게재해 불법 촬영물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여성은 황의조가 여러 여성과 관계를 맺고, 불법 촬영을 통해 피해를 준다고 폭로했다.
이에 황의조는 지난해 11월 휴대전화를 도난당했고, 이후 유포 협박을 받았다며 이 여성을 고소했다. 최근 경찰이 해당 여성을 구속했는데, 황의조의 형수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황의조는 이달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 기간인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후 피해자가 ‘합의된 영상’이라는 황의조 측 주장을 정면 반박해 파장이 커졌다.
진실 공방이 오가는 과정에서 황의조 측이 피해자의 신상 일부를 공개해 2차 가해 논란으로 확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황의조가 지난 21일 중국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2차전(3-0 승)에 교체로 출전하자 클린스만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황의조 논란은 축구계뿐 아니라 시민단체, 정치권까지 번져 그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 상태였다.
월드컵 2차 예선을 마친 뒤 중국 현지에서 곧장 영국으로 돌아간 황의조는 지난 26일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시즌 2호골을 넣었다.
황의조는 득점 후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세리머니’를 펼치며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응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잡음이 사그라지지 않자 축구협회는 논의 끝에 명확한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황의조를 국가대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