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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생수:더그레이’ 글로벌 히트 연상호, B급과 대중 사이에서 투쟁하다

공개 사흘만에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 올라 "난 마이너한 사람…언제나 대중성과 투쟁" "B급 감성 메이저 된 건 사고…놀라운 상황"

2024년 0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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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46) 감독이 ‘돼지의 왕'(2011)과 ‘사이비'(2013)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그가 1000만 감독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가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지만, 그의 작품이 누구나 두루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고 평가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는 첫 번째 실사 영화 ‘부산행'(2016)으로 느닷없이 1000만 감독이 돼버렸다. 그렇다고 그가 이른바 대중성을 쫓아 전향한 건 아니었다. ‘부산행’은 당시 대다수 국내 관객에게 낯선 좀비물이었다. 그의 마이너 취향이 새로운 장르를 원하는 관객 요구와 맞물려 들어가며 1000만이라는 숫자가 만들어졌다.

연 감독이 첫 번째 시리즈 ‘지옥'(2021)을 내놨을 때도 그랬다. ‘지옥’은 크리처물. 앞서 ‘스위트홈’ 같은 작품이 나오긴 했어도 이 역시 일부 마니아 층에게만 익숙한 장르였다. 연 감독은 크리처에 종교를 끌어 들여 삶의 무의미에 관해 얘기하는 독특하고 불편한 작품을 만들어냈는데도 흥행에 성공했다. ‘지옥’은 ‘오징어 게임’에 이어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시청 순위 1위에 오른 두 번째 한국 시리즈가 됐다.

연상호가 손대면 마이너도 메이저가 되는 걸까. 그가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은 두 번째 시리즈 ‘기생수:더 그레이’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 5일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 비영어 시리즈 부문에서 조회수 6300만회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청 순위 1위에 올랐다. 영어 부문과 통합하더라도 ‘삼체'(8300만회)에 이어 2위다. 일주일 간격으로 집계되는 이 차트에서 ‘기생수:더 그레이’는 단 사흘 간 기록한 조회수로 통합 2위에 올랐다.

일본 이와아키 히토시 작가가 1988~1995년 연재한 만화 ‘기생수’가 원작인 이 작품은 바디 스내처(Body Snatchers·신체 강탈)로 불리는 장르물이다. 인간 몸 안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침투해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다가 종종 신체를 변형시켜 존재를 드러내는 형식의 작품을 통칭한다. 원작이 전 세계에서 약 2500만부 판매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고,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기생수:더 그레이’가 B급 장르물이라는 건 분명하다.

연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B급 세계, 키치(Kitsch)한 세계가 왜 메이저 세계에 올라와 있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건 마치 사고 같다”며 “이런 사고가 자주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부작 시리즈 ‘기생수:더 그레이’는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기생 생물이 대거 대한민국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은 기생 생물이 일본 내에서 활동한다는 설정이지만, 이 시리즈는 이 생명체가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발견되고 한국에선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 지켜본다. 괴한 습격을 받아 큰 부상을 당한 직후 기생 생물이 몸 속에 침투한 마트 직원 수인, 기생수에게 가족을 잃은 강우, 기생수 제거 특수작전팀 팀장 준경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연상호 감독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3.26. jini@newsis.com
공개된지 일주일을 넘긴 ‘기생수:더 그레이’는 완성도면에서도 대체로 호평 받고 있다. 미국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선 토마토지수 100%, 또 다른 평점·정보 사이트 IMDB에선 10점 만점에 7.7점을 기록 중이다. 인간 머리가 기생수로 변신하는 시각 효과가 인상적이고, 원작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액션 장면에 만족한다는 반응이 많다. 시즌2가 나와야 한다는 얘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원작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연 감독은 “이 작품은 원작을 향한 일종의 팬픽(fanfic)”이라며 “일단 반응이 좋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 감독은 자신이 만든 영화·시리즈가 연달아 큰 호응을 이끌어내는 게 여전히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중과 다소 거리가 있는 ‘연상호 감성’이 먹혀드는 게 어떨 때는 기묘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대중적이지 않은 사람이 대중을 향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게 참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내 작업은 매번 투쟁”이라고 했다. “대중적 감성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이 일을 하는 게 상대적으로 쉬웠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전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매번 일하는 게 투쟁적인 상황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제 감성이 대중과 합이 전혀 맞지 않는 시기도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는 정말 비대중적인 작품을 하면서 지내게 될 거예요.”

그는 투쟁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렇게 말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다작하고 있다. 연 감독은 작년 초에 나온 넷플릭스 영화 ‘정이’ 각본·연출을 맡았고, 이 외에도 최근 3년 간 각본가로 참여한 영화가 1편에 시리즈는 2편이다. 올해 하반기엔 ‘지옥’ 시즌2가 나오고 현재 촬영 중인 영화 ‘계시록’은 내년 상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그는 “작업이 투쟁적이라고 해서 주저하게 된다면 한 없이 그렇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기회가 있다면 망설이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중과 어떤 접점을 찾아갸면 되니까요.”

이번 작품 마지막 에피소드엔 일본 배우 스마 마사키가 원작 주인공 신이치로 등장한다.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 신이치와 수인이 함께하는 시즌2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연 감독 역시 시즌2에 관한 큰 그림을 이미 그려놨다고 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번 작품은 팬 입장에서 부담 없이 즐겁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시즌2는 좀 다르겠죠. 보는 눈이 더 많아지니까요. 부담스러울 겁니다. 그게 또 새로운 과제가 되겠죠.”

<손정민 기자>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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