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인상 조치를 발표하는 등 총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각) 미 CNBC에 따르면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나믹스(JATO Dynamics)가 전 세계 151개 시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국 브랜드는 1340만 대의 신차를 판매한 반면 미국 브랜드는 약 1190만 대를 판매했다.
중국 브랜드가 미국 브랜드보다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의 매출 증가율도 미국을 앞질렀다. 중국은 전년 대비 23% 늘어난 데 비해 미국은 9% 증가율을 보였다.
자토 다이나믹스 수석 분석가인 펠리페 무뇨스는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부주의로 차량 가격이 계속해서 올랐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중국 차량을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 신흥국으로 판로 확장
이 보고서는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기업인 비야디(BYD)가 이 같은 판매 실적을 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야디는 지난 12일 EU로부터 17.4%p의 잠정 상계관세를 추가 부과받은 기업이다.
특히 비야디 등 중국 자동차 업체는 국내 전기차 가격 전쟁으로 수익률이 감소하자 사업을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으로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중동, 유라시아, 아프리카 전역에서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동시에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도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
비야디는 멕시코와 브라질에 5억5000만 달러(약 7606억5000만원)를 투자하는 등 신흥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중국 신차 판매 5대 중 1대는 신흥국에서 이뤄졌다고 자토 다이나믹스는 밝혔다.
영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날 “동남아시아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가장 큰 수출 대상이 됐다”며 “지난주 수출 데이터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시장 모두에 대한 수출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동남아 등 신흥국 진출은 美·EU의 관세 폭탄 공세 때문”
이처럼 중국 자동차 업체가 신흥 경제국에서 새 판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EU의 ‘관세 폭탄’ 총공세로 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뇨스는 “중국 내수 시장이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제조업체들은 해외에서 성장의 원천을 찾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입지를 구축하려는 야망은 기존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강력한 정책 조치로 중단됐다”고 전했다.
특히 보고서는 더 쉬운 접근 정책, 낮은 무역 장벽, 소비자의 높은 가격 민감도 덕분에 중국 자동차 업체가 신흥 경제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전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잠정 결론을 토대로 17.4~38.1%p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중국 당국과 대상 업체에 통보했다.
EU는 이미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중국 기업들은 최종적으로 관세율이 27.4~48.1%p까지 오르는 것이다.
또 미국은 지난달 14일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했다. 또 기술 규제 목록을 확대하는 한편 리튬 이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중국산 제품에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신흥국서도 對中 무역 장벽 세워질 수 있어…무역 역풍 증가 가능성도
다만 이 같은 무역 장벽이 추후 일부 신흥 시장에서도 확장될 수 있다며 중국의 무역 ‘역풍’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CNBC는 “EU와 미국에 이어 튀르키예도 중국산 차량에 대해 40%의 추가 관세를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신흥 시장도 이를 따를 수 있다”며 “올해 더 많은 국가가 값싼 중국 수출품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제정하면서 업계는 무역 역풍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