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4일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첫 지역 순회 경선에서 과반을 득표했다.
이 지사가 경선 레이스의 가늠자로 불리는 충청에서 승리해 친문 강성지지층이 이 지사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오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전·충남 경선에서 이 지사는 총 투표수 2만5564표중 1만4012표를 얻으며 54.81%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7007표(27.41%)에 그치며 2위에 머무른 당내 최대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를 눌렀다.
이번 대전·충남 경선은 11차례 예정된 지역 순회 경선에서 가장 먼저 투표함의 뚜껑이 열리고 후보들의 순위가 공개된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선거인단은 5만2820명(투표율 48.40%) 규모로 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체 선거인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첫 개표 결과인 만큼 다른 지역의 표심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에서다.
대중 앞에서 처음으로 순위가 매겨지는 이번 충청권 투표 결과에 따라 대세를 따라가는 일종의 ‘밴드왜건 효과'(편승효과)가 나타나 다른 지역 순회 경선의 흐름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첫 순회 경선지인 호남권에서 60.2%를 득표, 2위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20%)를 3배 차이로 누르고 대세론을 입증하며 경선 승리의 교두보를 쌓은 바 있다.
당시 안 전 지사와 이 지사(19.4%)는 호남에서 목표 득표율 40%와 35%를 제시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득표율을 과반 이하로 묶는다는 전략이 무산되면서 ‘문재인 비토론’은 힘을 잃고 대세론이 부상했으며 후발 주자가 대역전을 노릴 수 있는 결선 투표까지도 가지 못했다.
충청권이 주요 선거 때마다 영호남 지역대결 구도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지역이라는 점도 이번 대전·충남 경선 결과에 주목도를 키웠다.
이처럼 중요한 첫 경선에서 이 지사가 과반 득표에 성공함에 따라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문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대세론을 입증하는 동시에 당내 ‘이재명 비토론’이 급속히 힘을 잃을 것이란 평가다.
특히 민심과 당심의 동조화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 지사의 대세론에는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 지사는 그동안 여론조사상 우위에도 불구하고 친문 중심의 권리당원 분포와 상대적인 조직력의 열세 등이 약점으로 꼽혀 왔다.
더욱이 지역 순회 경선은 여론조사가 아닌 선거인단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해당 지역의 대의원·권리당원을 어떤 캠프에서 더 많이 모았는지가 승부처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대전·충남 경선에서 과반 득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 지사는 권리당원 득표에서 1만3685표(55.21%)로 이 전 대표(6748표, 27.23%)를 크게 앞질렀을 뿐만 아니라 전국대의원 득표에서도 324표(42.02%)로 이 전 대표(255표, 33.07%)를 앞섰다.
이에 따라 향후 지역 순회 경선과 가장 규모가 큰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개표 결과가 발표되는 ‘슈퍼위크'(1차 9월12일, 2차 10월3일) 등에서도 현재의 과반 흐름을 이어갈 경우 1·2위 후보 간 치르는 결선투표 없이 바로 본선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지사는 “약간 우세한 정도 아니겠냐고 했는데 제 생각보다는 조금 더 많이 지지를 받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그는 또 “민주당 당원과 민주당을 사랑하시는 국민 여러분들의 선택에 겸허하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자세를 낮추면서 “우리 민주당 당원 동지 여러분께서 본선 경쟁력을 중심으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