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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 타임스케치] “축객령의 부활: 미국, 어디로 가는가”

2025년 06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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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 칼럼니스트

로마는 역사상 유례가 드믈게 1,000 년의 번영을 누렸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의 개방성’이라 진단했다. 중국 서북방 변방에 있어 오랑캐라고 천시받던 진나라는 어떻게 전통 강국들을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을까? 그 배경에는 강력한 군대와 인재 중용정책이 있었다.
진(秦)나라는 역대 선왕들 중 목공이 우(虞)나라의 현자 백리해와 융(戎)의 유여를 영입하는 개방된 인사정책을 펼친 것을 시작으로 효공이 위나라 출신 상앙을 재상으로 기용해 개혁을 이루고 국부를 튼튼하게 기반을 다졌다. 이를 토대로 진시황에 이르러 6국을 잠식해 가면서 통일 대업을 추진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헌데 그 과정 중에 예기치 않은 첩자 사건이 발생했다. 진나라의 급격한 부상을 우려했던 이웃 한(韓)나라가 토목 분야 전문가 정국(鄭國)을 진나라로 파견했다. 대규모 토목 사업을 일으켜 국가 재정을 파탄시키려는 의도였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습지를 농토로 만드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추진하던 중 정국이 한나라의 첩자라는 혐의가 밝혀지면서 진시황은 그 동안 진나라에 와있던 외국 출신의 학자나 기술자 등 모든 전문가를 추방하라는 축객령(逐客令)을 내렸다.

그러자 정국은 자신이 한나라의 첩자임은 인정하지만 관개용 수로사업이 마무리되면 진나라가 통일 전쟁을 수행할 군량미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여기에 진시왕의 책사인 이사(李斯)도 초나라 출신으로 추방당할 위기에 놓이자 당시 진나라가 거둔 성공은 자국의 인재보다도 외국의 인재가 실력을 발휘해 통일 대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태산이 왜 높은 산이 되고 강과 바다가 마르지 않고 유유히 흘러가는지를 설명했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는 자세 때문에 높아지는 것이고, 하해(河海) 즉, 황하와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아 더 깊어지는 것’이라 했다.

이에 진시황은 정국의 해명과 이사의 간언을 수용하고 재등용해 마침내 국가를 부강케 하고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국이 완성한 관개 수로시설은 지금까지도 ‘정국거(鄭國渠)’란 이름으로 남아있다. 진나라의 재상 25명 중 타국 출신이 17명이었던 것이라 하니 진나라가 천하의 주인이 된 배경에는 이런 개방적인 인사정책이 큰 몫을 했던 것이다.

미국의 번영 또한 전 세계에서 모여든 최고의 인재들이 자유롭고 차별 없는 연구 환경에서 혁신을 일궈낸 결과인진데 지금 하버드 대학은 ‘반(反)유대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 속에 일전을 치르고 있다.

지난 달 29일 하버드대의 졸업식 연단에 오른 앨런 가버 총장은 ‘자신의 믿음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찾고, 반박하는 증거는 무시하곤 한다’며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절대적인 확신과 의도적인 무지는 같은 동전의 양면이며 그 동전은 가치 없는 것임에도 헤아릴 수 없는 대가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하버드대 외국인 유학생 등록 차단 조치, 유학생 이름과 국적 공개 요구, 유학생 수 감축 요구 등 일련의 ‘하버드 때리기’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하버드 대는 트럼프의 연방 자금 지원 중단에 이은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지 결정을 막아달라며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없는 하버드 대는 하버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일찌기 사기(史记)를 쓴 사마천은 한 나라의 ‘안정과 위기는 어떤 정책을 쓰느냐에 달려 있고, 존속과 멸망은 어떤 사람을 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과연 미국 역사보다도 오래된 하버드 대가 미국의 퇴행을 막는 보루가 될 수 있을는지.
이런 말이 있다. ‘우리의 출신지보다 우리의 목적지가 더 중요하다.’ 자유롭고 개방된 포용력이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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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트럼프, 하버드 입학 외국인 전원 입국금지 .. 사상초유 포고문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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