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다우니(Downey) 시의 교회 부근까지 진출해 이민자 단속을 벌이면서, 종교계와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11일 오전, 다우니 지역의 홈디포(Home Depot), LA 피트니스, 가톨릭 성당인 ‘Our Lady of Perpetual Help’, 그리고 ‘Downey Memorial Christian Church’ 주변에서 ICE 요원들이 이민자들을 검거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특히 교회 인근에서 벌어진 체포 작전은 신앙 공동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마리오 트루히요(Mario Trujillo) 시의원에 따르면, ‘Our Lady of Perpetual Help’ 성당 인근에서는 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던 한 노인이 공공 보도에서 체포됐다. 로스앤젤레스 대교구는 성명을 통해 “체포는 성당 부지가 아닌 공공 보도에서 이루어졌으며, 성당 신자나 교직원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성당 커뮤니티 내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 큰 논란은 ‘Downey Memorial Christian Church’에서 발생했다. 교회 주차장 근처에서 ICE 요원들이 한 남성을 포위해 체포하려 하자, 이를 목격한 알프레도 로페즈(Alfredo Lopez) 목사와 시니어 목사인 타냐 로페즈(Tanya Lopez), 그리고 지역 신자들이 직접 나섰다. 이들은 요원들에게 신원 확인을 요구했지만, ICE 요원들은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교회 부지에서 떠나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로페즈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 땅이 교회임을 분명히 했고, 단속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지만, 한 요원이 ‘이 나라 전체가 우리 땅’이라고 소리쳤다”며 “무기를 지닌 이들이 그런 말을 할 때, 이는 명백한 위협이고, 신앙인으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다우니 시의 헥터 소사(Hector Sosa) 시장을 비롯한 남가주 30여 명의 시장들도 이번 단속을 규탄하며 단속 중단을 촉구했다. LA의 카렌 배스(Karen Bass) 시장 역시 “교회, 학교, 레스토랑에서의 단속은 공공의 안전과는 거리가 먼 행위”라며, “공포와 혼란만 키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단속은 지난주 남가주 전역에서 시작된 ICE 단속 작전의 연장선이다. 낮에는 평화적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밤에는 약탈과 기물 파손이 벌어지며 LA 시는 야간 통행금지를 발령했다. 경찰에 따르면 10일 밤부터 11일 새벽까지 약 200여 명이 통행금지 위반과 불법집회 혐의로 체포됐다.
교회까지 들이닥친 ICE 단속에 지역사회는 깊은 충격에 빠져 있으며, 이민자 커뮤니티 전반에 걸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믿음의 공간마저 안전지대가 아닌 현실이, 이민자들의 삶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