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LA) 뒷골목. 슈트를 입은 여성이 허름한 차림을 한 남성의 뺨을 세차게 후려친다. 이후에 이어지는 ‘퍽’ ‘퍽’ 소리. 두 사람은 딱지치기를 하고 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누군가와 금발 딱지우먼이 눈을 맞춘다. 데스게임으로 초대는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의 마지막 장면이다. ‘오징어 게임’은 세 번째 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건 한국판 ‘오징어 게임’의 끝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에필로그만 보면 넷플릭스는 이미 세계관 확장을 선언한 것처럼 보인다. 이 시퀀스에 이 시대 최고 배우 중 한 명을 내세웠다는 건 그 방증일 될 거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이라는 세계 최고 IP(지식 재산)를 이렇게 쉽게 포기할 리도 없다.
올해 초 미국 일부 매체는 ‘소셜 네트워크'(2010) ‘조디악'(2007) 등을 만든 거장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오징어 게임:아메리카’를 연출한다고 보도했다. 다만 넷플릭스는 이 보도를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3’에 위와 같은 장면이 들어감으로써 세계관 확장은 기정 사실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핀처 감독이 연출자로 거론되고 할리우드 스타 배우가 참여할 거로 예상되면서 이 작품은 원조 ‘오징어 게임’을 규모 면에서 훌쩍 뛰어넘는 대작이 될 가능성도 크다.
세계관 확장은 후속작과 스핀오프로 이뤄진다. 후속작이 말 그대로 이야기 큰 줄기를 따라간다면, 스핀오프는 특정 캐릭터를 따라 간다. ‘스타워즈’ 시리즈와 관련된 파생 작품이 나오는 걸 생각하면 된다. ‘오징어 게임’ 스핀오프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황동혁 감독 역시 지난 9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스핀오프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 절대로 ‘오징어 게임’ 이야기로 돌아올 생각이 없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라며 “기회가 되면 스핀오프 같은 것을 해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미국 매체와 인터뷰 중에 소재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도 있다. 그는 “스핀오프와 관련한 희미한 구상이 있다. 시즌1과 시즌2 사이 3년 공백 동안 박 선장(오달수)이나 마스크를 쓴 인물이 게임장 밖에서 어떻게 지냈는지를 다뤄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병헌이 맡은 프런트맨의 전사(前史)가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병헌은 지난 17일 코미디언 지미 팰런이 진행하는 미국 CBS 토크쇼 ‘투나잇쇼’에서 프런트맨을 소재로 한 스핀오프가 제작될 가능성이 있냐는 물음에 동그라미 버튼을 눌렀다. 그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