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화당 당선 12년만…민주당 내년 중간선거 짙은 암운
트럼프와 거리두면서 교외 유권자 공략이 당선에 한몫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 운영 ‘중간 평가’로 여겨지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의 글렌 영킨 후보가 민주당의 테리 매콜리프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CNN,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대리전 성격으로 치러져 관심을 모았다.
CNN은 2일(현지시간) 개표가 98% 진행된 상황에서 영킨 후보가 50.9%(166만3119표)의 득표율로 48.4%(158만3276표)를 얻은 매콜리프 후보를 따돌렸다고 전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개표가 98%를 넘자 영킨 후보가 승리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공화당을 대표하는 후보가 버지니아 주지사에 당선된 것은 2009년 이후 12년만에 처음이다.
영킨 후보는 기업 경영인 출신으로 선거 기간 의식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주에는 TV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위한 유세에 오지 않으리라고 예고하며 “이번 선거는 버지니아의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매콜리프 후보는 지난 2014~2018년 버지니아 주지사를 역임한 정치인으로 재도전에 나섰지만 교외 지역과 농촌 지역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면서 패배했다.
이 지역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에 10%포인트 차이로 앞섰던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1년만에 공화당에 주지사를 내줬다.
버지니아의 경우 과거 지난 2013년 매콜리프 후보가 선거에서 이긴 후 2017년 선거에서도 역시 민주당 랠프 노덤 현 주지사가 승리했었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패배로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겐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내년 중간선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패배는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와, 공급망 마비, 코로나19 재유행 등 각종 악재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이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인프라 법안과 사회복지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중도파와 진보파 간 갈등으로 내부 분열에 휩싸인 것도 무관하지 않다.
반면 지난해 대선 패배로 침체됐던 공화당은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했다.
영킨 후보는 코로나19 백신 의무화와 교육 문제 등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을 집중 공략하며 선거에서 승리했다. 영킨 후보는 지난 8월 말에 매콜리프 후보에 지지율이 6% 포인트 이상 뒤처져 있었지만 역전에 성공했다.
영킨 후보는 버지니아주 주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하면서도 “백신 의무화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반면 매콜리프 후보는 영킨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판했지만,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급락이 표심으로 작용하면서 패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