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배우 이순재(91)의 별세 소식에 사회 각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한평생을 연기에 바치며 대한민국 문화예술계를 이끌었던 거목인 만큼, 고인과 생전 인연을 맺은 이들은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연예계 후배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이승기는 “선생님을 생각할 때마다 너무 뭉클했는데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선생님께서 대한민국 배우로 활동해 주신 게 너무나 영광스럽다. 후배들도 선생님의 정신을 이어서 성실하게 잘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이 결혼식 주례도 봐주셨고, 영화 ‘대가족’에 급하게 출연 제의를 받으셨을 때도 ‘승기가 하는 거면 꼭 해야지’라는 말씀도 해주셨다”며 “마지막까지 열심히 연기하셨던 선생님의 모습이 (생각이 나서)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 그곳에서는 편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애통함을 표했다.
배우 장용도 빈소를 찾아 “형님과는 TBC부터 55년간 (인연이다.) 아버지처럼, 때로는 형님처럼 가까이 지냈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1년 동안 고생하셨는데 지금 저 세상에 가시면 친구분들이 많이 기다려주셔서 외롭지는 않으실 것”이라며 “편하게 잘 가실거라고 마음 속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인 박경림은 “후배에게 워낙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비통하다”며 “이순재 선생님은 예능을 사랑했던 선배님이자 저희에게 ‘문화예술인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걸 말씀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셨던 분이다. 그곳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추모했다.
고인과 생전 각별한 인연을 맺은 후배들의 추모글도 이어졌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고인의 사위 역할을 맡았던 배우 정보석은 소셜미디어(SNS)에 “선생님, 그동안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연기도, 삶도, 배우로서의 자세도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며 고인을 회상했다.
그는 “제 인생의 참 스승이신 선생님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우리 방송 연기에 있어서 시작이고 역사였다”며 “많은 것을 이루심에 축하드리고 아직 못 하신 것을 두고 떠나심에 안타깝다. 부디 가시는 곳에서 더 평안하시고 더 즐거우시길 간절히 기도드린다”고 전했다.
지난해 KBS 2TV 드라마 ‘개소리’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배정남도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배정남은 SNS에 “이순재 선생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나도 존경하는 선생님과 드라마를 함께 할 수 있어서 제 인생 최고의 영광이었습니다. 편히 쉬세요. 선생님”이라고 적었다.
배우 김혜수는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드린다”고 추모했고, 배우 송승헌도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 큰 영광이었습니다. 깊은 연기와 따뜻한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편히 쉬시길 기도합니다”라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연극 ‘리어왕’을 통해 고인과 인연을 맺은 소유진과 오정연도 “진정한 어른이자 존경하는 스승님의 따뜻한 가르침들 함께했던 시간 하나하나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 열정과 품격을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어 진심으로 영광이었습니다”라고 했다.
이 외에도 배우 오나라, 이민정, 김수로, 한상진, 박은혜, 서예지 등이 SNS에 추모의 뜻을 전했고 가수 테이, 코미디언 김영철, 그룹 ‘소녀시대’ 태연, 가수 엄정화도 고인을 애도했다.
이순재가 출연했던 tvN 예능 ‘꽃보다 할배’를 연출한 나영석 PD는 이날 넷플릭스 ‘케냐 간 세끼’ 제작발표회에서 “생전에 여행하고, 사적인 자리에서도 선생님이 ‘끝까지 무대 위에 서 있고 싶다’는 얘기를 제일 많이 들려줬다”며 “그 말씀을 통해 꾸준하게, 성실하게 일하는 가치의 귀감이 돼줬다. 선생님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기도하겠다”고 애도했다.
정계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선생님의 연기에 대한 철학과 배우로서 자세, 그리고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인품은 수많은 후배에게 귀감이 됐고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며 “선생님께서 남기신 작품과 메시지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전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백상예술대상 특별무대에서 ‘평생을 했는데도 아직도 안 되고 모자라는 데가 있습니다. 연기에 완성이 없다는 얘기가 바로 그겁니다. 잘할 순 있어도 완성은 아니다 이거예요’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완성은 없다는 말씀을 정치를 하면서도 항상 새기겠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문화예술계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선생님의 빈자리는 크지만, 생전에 보여주신 성실함과 겸손, 뜨거운 열정은 후배들의 마음속에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전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꽃보다 멋진 할배, 학생들을 사랑했던 교수, 존경받는 선배, 연기를 위해 평생 헌신하셨던 영원한 예술가”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이날 새벽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고인은 지난해 말 건강 문제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하차한 뒤 휴식을 취해왔다. 이후 재활을 병행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층 30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6시20분이다. 장지는 이천 에던낙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