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주에서 임신 8개월의 한인 임산부와 태아가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가 ‘정신이상에 의한 무죄(Not Guilty by Reason of Insanity)’ 판결을 받으면서 한인 커뮤니티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특히 태아에 대해 별도의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은 점이 알려지면서, 법 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출산을 한 달여 앞두고 있던 권이나 씨와 태아 에블린(아린)이다. 그러나 워싱턴주 법 체계에서는 태아가 독립된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아, 법적으로는 한 생명에 대한 범죄만 성립된 것으로 처리됐다. 가해자 코델 구스비는 형사 처벌 대신 주정부가 운영하는 정신병원에 수용될 예정이다.
이 같은 판결이 알려지자 워싱턴주 한인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특히 3월 24일 늦은 밤, 페더럴웨이 한인회 류성현 회장, 워싱턴주 한인상공회 데이비드 오 회장, 타코마 한인회 이준 수석 부회장, 광역 시애틀 한인회 산하 대전위원장 코리 한 등 한인 사회 주요 단체장과 대표들은 리사 매니언(Lisa Manion) 킹 카운티 검사장의 브리핑 직후 긴급 회동을 열고 ‘권이나·에블린 정의구현 태스크포스’를 즉시 결성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한인사회 지도자들의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법이 한 생명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렸다”며 이번 판결을 ‘정의의 부재’로 규정했다. 또한 “같은 사건이 다른 조건에서 발생했다면 과연 동일한 판결이 나왔겠느냐”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단체장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인 법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신 후기 태아조차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행 법체계의 허점을 지적하며, 법 개정을 위한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스크포스는 향후 입법 로비와 공론화 작업을 병행하는 한편, 타 인종 커뮤니티 및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사건 당시 거리 시위 등에 참여했던 비한인 시민들과 협력해 다민족 연대 움직임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인사회 내부에서는 “이 사건은 단순한 판결 논란이 아니라, 우리가 이 사회에서 어떤 보호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가족이 참혹한 피해를 입어도 법이 이를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다면 공동체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한인사회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태스크포스 참여자들은 “법 개정은 시작일 뿐이며, 필요한 모든 대응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인 커뮤니티는 이번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개인과 단체를 막론한 폭넓은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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