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에인절스 스타디움.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 2차전이었다.
꼴찌들의 게임이었다. 오늘도 꼴찌가 이겼다.
에인절스 스타디움의 클럽하우스 오픈은 평소보다 45분 늦은 오후 3시 10분. 전날 뼈아픈 역전패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이었을까, 그라운드에는 선수들 대신 그라운드 관리요원들이 내야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경기장은 생각보다 넓었다.

클럽하우스 안은 냉랭했다. 전날 8회 5실점으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호세 페르민의 자리에는 말없이 왼손 투수 샘 엘더게리의 네임텍이 붙어 있었다. 설명은 없었다. 네임텍이 전부였다.
부상 명단의 놀란 샤누엘과 요안 몬카다가 그라운드 훈련에 나왔고, 전날 결장했던 잭 네토도 배팅 프랙티스와 수비 연습을 소화했다. 그러나 팀의 맏형 마이크 트라웃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던 도노반 월튼이 먼저 말을 걸었다. “하우아유?” 나도 웃었다. “굳 럭 어게인!” 콜업되어 올라온 날 그라운드로 훈련을 들어갈 때 내가 건넸던 “굳 럭”에 대한 보답인 듯 싶었다. 짧은 인사였지만, 오늘 클럽하우스에서 나눈 가장 따뜻한 대화였다.

결과는 2-8. 오늘 에인절스 타선을 틀어막은 건 콜로라도의 선발 스가노 토모유키(菅野 智之)였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136승을 쌓고 센트럴리그 MVP를 세 차례 수상한 일본 야구의 에이스. 그가 오늘 에인절스 스타디움 마운드에 올라 승리를 가져갔다. 일본 야구는 이렇게 메이저리그에서도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박찬호가, 류현진이 승을 올리던 시절 — 한국 야구 팬들이 새벽을 기다리며 중계를 틀던 그 시절이 다시 오기를, 문득 바라게 되는 밤이었다.

선발 그레이슨 로드리게스가 2아웃 무주자에서 5실점으로 무너진 뒤 패배가 굳어지는 가운데, 유일하게 빛을 발한 건 왼손 구원 투수 샘 엘더게리였다. 5⅓이닝 무실점. 커트 스즈키 감독은 경기 후 그를 이렇게 평했다.
“패스트볼 커맨드가 살아있었고,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흔들고, 커터와 브레이킹볼까지 — 던진 공 하나하나가 경쟁력이 있었어요. 오늘 밤 그 친구가 우리를 살렸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나타난 스즈키 감독의 유니폼 왼쪽 가슴에는 조그만 “4” 패치가 붙어 있었다. 오늘은 MLB 루 게릭 데이. 전 30개 구단이 루게릭병(ALS) 인식 제고를 위해 전설적인 양키스 1루수 루 게릭의 등번호 4번 패치를 달고 경기에 임했다. 6월 2일은 1925년 게릭이 연속 경기 출장을 시작한 날이자, 1941년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이기도 하다. 패배한 팀의 감독 가슴에 달린 작은 숫자 하나가, 오늘따라 유독 무겁게 보였다.

경기 전 두 팀의 성적은 나란히 23승 38패. 꼴찌들의 게임이었다. 오늘도 꼴찌가 이겼다. 콜로라도는 24승째를 챙겨 에인절스를 단독 꼴찌로 남겨두고 떠났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