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에인절스의 선발투수 리드 데트머는 저번 주와 동일한 클럽하우스 루틴을 보였다. 소파에 앉아 물끄러미 TV를 보다가 샤워를 하고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그라운드로 훈련을 나갔다. 클럽하우스에는 잔잔한 컨트리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불펜 쪽에서는 유세이 기쿠치가 목요일 온타리오 마이너 구장 재활 등판을 준비하며 열심히 캐치볼과 피칭 연습을 이어갔다. 연습을 마친 뒤에는 어제 선발로 나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이마이 타츠야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본 출신 선수 중 다르빗슈를 제외하면 기쿠치가 사실상 가장 선배 위치에 있다.

트레이드 마감일(8월 3일 월요일)을 앞두고 루머의 중심에 서 있는 데트머는 오늘도 9탈삼진을 잡으며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홈런 2방을 맞아 2자책점을 내주긴 했지만, 에인절스에서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등판에서 인상적인 투구였다. 그러나 역시나 타선이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경기는 그렇게 팽팽하게 흘러갔지만, 결국 9회초 또다시 실점하며 무너졌다. 미치 페리스가 마운드에 올라 1자책점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고, 애스트로스가 9회에 결승점을 뽑아내며 3:2로 앞서간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틀 연속 9회 불펜 붕괴로 무릎을 꿇은 에인절스다. 페리스는 결승타를 허용한 공에 대해 “존을 벗어난 볼이었다. 알바레즈는 좋은 선수다,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커트 스즈키 감독은 데트머에 대해서는 “커브와 체인지업을 잘 섞으며 이길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평가했고, 84구에서 교체한 이유로는 “다음 타순이 우타자 위주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데트머는 오늘 투구에 대한 기자들의 이어지는 질문에 최근 반복되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이 묻어났다. “머릿속으로는 항상 100구를 목표로 잡는다”고 밝혔지만, 정작 최근 세 경기 연속 83~85구에서 강판된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답답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벤치와 매덕스 코치가 판단하는 거고, 그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며 씁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평소 냉정한 말투로 일관하며 차분함을 잃지않던 데트머의 모습이 아니었다. 뭔가 작심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려는 듯하다 어느새 감정 조절을 하며 짜증난다는 정도에서 그쳤다.
최근 득점 지원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타이트한 경기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스트레스가 있다. 경기에 계속 남아있고 싶으니까”라며 팀 타선에 대한 아쉬움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자신의 이름이 루머에 계속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소셜미디어를 보면 관련 이야기를 안 볼 수가 없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마감일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느냐는 질문에는 주저 없이 “솔직히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너무 신경 쓰면 스스로 스트레스만 늘어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생각하지 않는 것 — 어렵긴 하지만 그냥 내 할 일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며 애써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였다.
데트머는 만약 어느 구단으로 트레이드가 된다고 하더라도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은 분명하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