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깊어진 덕아웃의 쥬우크는, 봄의 쥬우크와 조금 달라 보인다.
표정이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것은 같다. 그런데 뭔가 무거워졌다. 매일 기자회견을 마주하면서 나는 그 무게를 조금씩 느꼈다. 성적이 쌓이고 패배가 쌓이면서, 그 얼굴 위에도 무언가가 쌓이고 있었다.
현재 에인절스의 성적은 43승 71패(8/5일).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이자,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중 꼴찌다.

6월 말, 에인절스는 페리 미나시안 단장을 해고했다. 커트 스즈키를 감독으로 불러준 사람이었다. 후임으로는 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단장 존 모젤리악이 임시 단장으로 선임됐다.
카디널스와의 시리즈가 열리던 날, 세인트루이스 취재진까지 몰린 덕아웃에서 모젤리악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거의 막바지가 됐을 때 나는 이렇게 물었다. “부임하고 나서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점이 있었나요?”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프론트 직원들이 생각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점이요.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그 말 뒤를 샘 블럼기자가 이어받아 그 훌륭한 프론트와 앞으로의 구단 운영 방향에 대해 물었다. “지금 당장 대규모 변화를 할 이유는 없어요. 하지만 변화는 올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 있는 거니까요.” 라고 모젤리악 임시 단장이 조심스러운 답변을 했다.
스즈키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아침 커트와 코치진 대부분을 만났고, 올 시즌은 모두 괜찮다고 말해줬어요. 걱정할 것 없습니다.”
올해는 괜찮다. 그 말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올해는”이라는 단서가, “내년은”을 묻지 않아도 답하고 있다. 쥬우크 본인도 모를 리 없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동요에 대해 묻자 스즈키는 말했다.”더 크게 만들지 않으려 해요. 선수들은 프로니까요. 매일 여기 나와서 준비하고, 우리는 그냥 늘 해오던 대로 합니다.”
그리고 잠깐 멈추더니 덧붙였다.
“나도 2012년에 워싱턴으로 트레이드됐고, 2013년에 다시 돌아왔어요. 둘 다 데드라인 직후였어요. 이 일을 하면서 생기는 일들이에요.”
7월 29일, 오하피와 실세스가 먼저 텍사스로 떠났다. 그리고 8월 3일 데드라인 당일, 하루 만에 다섯 명이 더 나갔다. 소리아노가 토론토로, 수터가 애틀란타로, 아델이 클리블랜드로, 제퍼쟌이 시카고 컵스로, 예이츠가 피츠버그로.

소리아노는 올 시즌 에이스였다. 아델은 스즈키가 시즌 내내 “이 선수는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고 했던 선수다. 예이츠는 불펜 맏형이었다. 기자회견마다 스즈키의 입에서 나왔던 이름들이, 하루 만에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스즈키는 말했다.
“실리(실세스)는 어릴 때부터 내가 포수로서 캐치해준 선수예요. 3, 4년을 함께했죠. 선수들과 쌓은 관계, 그게 이 일의 힘든 부분이에요. 그게 야구예요.”
군더더기 없이, 그게 전부였다.
최하위, 단장 교체, 트레이드로 일곱 명의 이별.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기자회견장의 스즈키는 변하지 않았다.
7연패가 이어지던 시절, 누군가 물었다. “25경기에서 20패입니다. 이게 바닥인가요?” 스즈키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25경기에서 20패, 좋지 않죠. 그래도 내일 다시 나와야죠…매일 밤, 이 선수들은 끝까지 싸워요. 함께하는 게 정말 즐거워요.”
패배 직후에도 이 사람의 말에는 항상 “내일”이 있었다. 소리아노가 잘 던진 날, 아델이 홈런을 친 날, 루크 머피가 첫 메이저리그 아웃카운트를 잡은 날 — 그 선수들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눈은 살아있었다. 하지만, 그 선수들이 이제 없다.

시즌 초 스즈키가 했던 말이 있다.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음 날 또 겸손해진다.”
그 말이 이제는 선수들에게 건네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를 향한 말처럼 들린다.
1편을 쓸 때 나는 그를 두고 “보통 사람이 아니다”라고 썼다. 여름이 한창인 지금,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확실해졌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