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소득층 식품지원 프로그램인 푸드스탬프(SNAP)의 수급 문턱이 크게 높아지면서 불과 1년 만에 수혜자가 560만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가 근로 요건과 수급 자격 심사를 강화하면서 소득과 근로 여부, 가구 구성 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혜택을 계속 받기 어려워진 데 따른 것이다.
LA타임스가 21일 보도한 데 따르면 미 농무부(USDA)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서 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 수혜자는 2025년 5월 4220만명에서 올해 5월 3660만명으로 감소했다.
1년 사이 560만명, 13% 이상이 푸드스탬프 수급자 명단에서 빠진 셈이다.
SNAP 수혜자는 2024년 10월 4330만명으로 최근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Big Beautiful Bill’에 따른 복지제도 개편이 시행되면서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감소 속도는 연방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빠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2월 근로 요건 강화와 다른 제도 변화로 SNAP 수혜자가 앞으로 10년에 걸쳐 줄어 2036년에는 3400만명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올해 5월 현재 수혜자 수는 이미 CBO가 2030년께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던 수준까지 떨어졌다.
SNAP은 미국인 10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이용하는 미국 최대 식품지원 프로그램으로 대부분 수혜자가 빈곤선 이하 소득 가구다. 평균 지원액은 가구당 월 344달러로 식료품 구입에만 사용할 수 있는 전자식 카드로 지급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제도 개편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일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근로 요건을 대폭 확대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주로 미성년 자녀가 없는 54세 이하 성인에게 근로 요건이 적용됐지만 새 법은 55~64세와 14~17세 자녀를 둔 부모 상당수까지 적용 대상을 넓혔다.
해당 수급자들은 일정 시간 일을 하거나 자원봉사 또는 학교 교육 등에 참여해야 계속 푸드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
65세 이상과 14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 건강상의 이유로 근로가 어려운 사람 등은 계속 면제된다. 반면 과거 근로 요건에서 제외됐던 노숙자 등 일부 계층은 더 이상 자동 면제를 받지 못한다.
수급 자격 확인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신청자는 소득과 직장, 과거 고용관계, 가구 구성 등을 증명해야 하며 필요한 서류를 제때 제출하지 못하면 실제 수급 자격이 있더라도 혜택이 중단될 수 있다.
수혜자 감소가 가장 극적인 곳은 애리조나다.
애리조나에서는 2025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SNAP 수혜자가 무려 55% 감소해 40만명 이상이 수급자 명단에서 빠졌다.
조지아와 루이지애나, 네바다에서도 1년 동안 20% 이상 감소했으며 플로리다 역시 22% 줄었다.
플로리다 아동가족국은 수혜자 감소가 주민과 가족들의 경제적 자립 기회를 확대하려는 주정부 정책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개혁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이 같은 수급자 급감을 강화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SNAP 근로 요건 강화를 추진해온 보수 성향 헤리티지재단의 레이철 셰필드 연구원은 사람들이 일을 시작하고 소득이 늘어 복지 수급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면 이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복지개혁 지지자들은 그동안 SNAP을 비롯한 복지 프로그램에 부정수급 문제가 있다며 근로 요건과 자격 확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LA타임스는 이번 560만명 감소가 모두 부정수급 적발이나 소득 증가 때문인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혜자 지원단체들은 오히려 실제 수급 자격이 있는 저소득층까지 복잡해진 행정절차와 서류 제출 문제로 혜택을 잃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정부도 새로운 연방 규정을 시행하면서 문의 전화가 폭증하고 추가 확인서류 제출이 요구되는 등 행정적인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애리조나 경제안보국의 브렛 베지오 대변인은 새로운 연방 규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추가 확인 절차 등이 신청자들에게 실질적인 장벽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피닉스에 사는 라다이아몬드 로페즈는 지난 1월 소득과 가구 구성에 관한 추가 서류를 요구받은 뒤 SNAP 혜택이 중단됐다.
3세와 9세 자녀를 둔 로페즈는 혜택을 되찾기 위해 과거 고용주들에게 더 이상 근무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받아 제출하고 자녀들을 아파트 임대계약서에도 추가해야 했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은 끼니를 거르고 일부 청구서 납부까지 미뤘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루이지애나의 사회안전망 정책단체 ‘Invest in Louisiana’의 티아 필즈 역시 자신이 접한 수급 중단 사례 상당수는 근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행정서류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푸드스탬프 심사는 앞으로 한층 더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다.
2027년 10월부터 SNAP 지급 오류율이 6%를 넘는 주정부는 급여 비용 일부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주정부들이 지급 오류를 줄이기 위해 신청자의 소득과 근로 여부, 수급 자격을 더욱 철저히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복지개편 이후 푸드스탬프는 근로 여부와 소득, 가족관계 등을 보다 엄격하게 확인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 결과 1년 만에 560만명이 수급자 명단에서 빠졌지만 이를 부정·과잉수급을 줄이고 경제적 자립을 촉진한 복지개혁의 성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수급 자격자까지 밀어내는 복지 축소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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