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덕아웃에서 커트 스즈키 감독은 부상자 명단에 있는 투수들 이야기부터 꺼냈다. 새미 나테라는 컨디션이 좋다고 했다. 다만 오프 기간이 있었던 만큼 완전한 상태를 확인한 뒤 기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샘 바크만은 다음 주 화요일 실전 등판이 잡혀 있다. 그 단계를 지나면 산하 팀에서 재활을 마무리하는 수순이다.

전날 밤 9회를 지키지 못한 벤 조이스 이야기도 나왔다. 스즈키는 메커니즘 문제는 투수 파트의 몫이라며 선을 그었다. 자신이 본 것은 패스트볼 커맨드 감각이 끝내 잡히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96퍼센트에 달했던 습도 탓에 공이 미끄러웠을 가능성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가 로봇이나 기계처럼 보여서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는 아직 돌아오는 과정이고, 다시 몸을 만들어가는 중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2024년, 조이스가 105.5마일을 던지던 무렵이었다. 그가 왜 9회에 나서지 않는지 궁금해 론 워싱턴 감독에게 그를 마무리로 쓸 생각이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답은 아직 아니라는 쪽이었다. 구속은 빠르지만 다듬어야 할 “와일드 애니멀”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워싱턴은 좀처럼 그에게 9회를 맡기지 않았다. 어깨 수술을 거쳐 2년 만에 돌아온 지금 조이스는 그 자리에 서 있고, 스즈키는 그를 두고 로봇이 아니라고 말한다. 표현은 다르지만 두 감독이 가리키는 곳은 같다. 이 투수를 구속으로만 읽지 말라는 것이다.
경기는 필리스의 크리스토퍼 산체스 것이었다. 7이닝 2피안타 무실점 8탈삼진 91구. 에인절스 타선은 그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잭 네토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공을 원하는 곳에 꽂았다. 전부 똑같이 보인다. 오늘은 구종이 다 살아 있었다. 우리도 괜찮은 타석을 몇 번 만들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선발 라이언 존슨은 5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버텼다. 볼넷 다섯 개가 초반에 몰렸고, 2회 만루 위기를 넘긴 뒤 다른 투수가 됐다. 본인의 설명은 몸에 관한 것이었다. “힙이 일찍 열려버리면서 팔이 뒤에 처지는 걸 조금 더 닫아주려고 했다. 예전에도 있던 문제지만 오늘만큼 스스로 알아차린 적은 없었다.” 스즈키의 해석은 조금 달랐다. “초반에 너무 완벽하려 했던 것 같다. 피칭코치인 티미가 이야기해줬고 둘이 정리한 뒤로 더 공격적으로 들어갔다.” 감독은 심리를, 투수는 몸을 짚었다. 결과는 같았다.
8회가 이날 경기의 분수령이었다. 초에는 브라이스 하퍼가 홈 스틸을 시도했다가 아웃 판정을 받았고, 비디오 판독으로 경기가 한동안 멈췄다. 스즈키는 그 시간이 길어지자 초조했다고 했다.
그리고 8회말, 네토가 12개의 공을 상대한 끝에 하나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동점포였다. “그렇게 타석을 끝내고 큰 상황에서 동점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게 꽤 멋진 일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좋은 공 몇 개를 놓쳤지만 계속 파울로 버티면서 접근법을 지켰다. 높은 공이 하나 들어왔고 그걸 담장 밖으로 보낼 수 있었다.” 스즈키는 그 타석을 이날의 가장 좋은 장면으로 꼽았다. “그렇게 빨리 조정해내는 걸 보는 건 대단한 일이다.”

경기는 1-1로 9회를 넘겼고, 연장으로 넘어간 10회초 매번 같은 패턴의 반복처럼 또 점수를 내 주고 말았다, 무려 3점이나, 그리고 10회말 한 점을 만회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결국 2-4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이날로 6연패. 그 여섯 경기가 모두 2점 차 이내였다. “가슴 아프고 속이 뒤집힌다”고 스즈키는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프로고 회복력이 있다. 절대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네토의 말도 비슷했다. “울거나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자정을 넘기고 내일 다시 나와서 스윕만은 피하려 한다.”
내일 오후 1시 7분, 잭 휠러와 기쿠치 유세이가 만난다. 스즈키는 기쿠치의 지난 등판에 대해 “구위는 분명히 있었다. 결국 실행의 문제”라고 했다. 12개의 공을 버텨낸 밤이 하루의 위안으로 남을지, 아니면 또 한 번의 2점 차 패배로만 남을지는 그때 정해진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