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낮 경기를 앞둔 에인절스 클럽하우스는 조용했다. 컨트리 음악이 낮게 깔릴 뿐이었다. 6연패 중인 팀의 아침이다. 터널로 한참 건너편 필리스 클럽하우스는 달랐다. 브라이스 하퍼는 테이블에 앉아 동료들과 게임을 하고 있었고, 전날 7이닝 무실점을 던진 크리스토퍼 산체스는 자리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 클럽하우스에서 지난 5월 구단이 계약한 우완 박찬민의 소식을 물었지만, 원정에 동행한 홍보 담당 딜런은 유감스럽게도 그 이름을 알지 못했다. 담당부서에 문의를 해서 알려줄수 있다는 이야기였지만, 다음 기회로 미뤘다. 필리스 유니폼을 입은 한국 선수는 2009년의 박찬호와 2017년의 김현수, 두 명이 전부다.
경기 전 스타디움을 한 바퀴 도는 것이 언제부턴지 내 루틴이 되었다. 주로 어셔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클럽 레벨의 프랭크는 선수 출신이다. 볼티모어에 지명돼 마이너리그에서 뛰었고 부상으로 그만뒀다. 오늘은 이기겠지? 했더니, 노, 노, 노, 노, 노. 그러더니 덧붙였다. “8회 전까지는 이길 거다.” 좌중간 외야의 유진은 배팅 연습 때 넘어오는 홈런볼을 주워 아이들에게 건네는 일을 즐긴다. 그로서리 마트에서 35년을 일하고 은퇴한 뒤 얻은 꿈에 그리던 자리라고 했다. 그 역시 같은 이야기를 했다. 경기를 6회로 줄여야 한다고.
기온 90도, 습도도 90퍼센트, 오후 1시 8분에 첫 공이 던져졌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말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에인절스의 기쿠치 유세이는 7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92구, 6피안타 2실점, 6탈삼진, 볼넷 하나. 내준 두 점은 모두 솔로 홈런이었다. 3회 J.T. 리얼무토, 그리고 7회 엊그제 역전 만루포 에드문도 소사. 기쿠치 투수의 시즌 최고 투구였고, 7이닝을 채운 것은 약 1년만 이었다.
포심은 97.8마일까지 나왔다. 2020년 시애틀 시절 기록한 커리어 최고 98마일에 근접한 수치다. 본인도 그 감각을 알고 있었다. “97마일 이상, 98까지 나온 적은 없습니다만, 그 부근의 공의 힘이라는 건 지난번보다 상당히 더 손맛이 있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올해는 메이저 8년 중에서 평균 구속이 가장 높습니다.”

7회 소사에게 맞은 공은 스플리터였다.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스플리터로 헛스윙이나 파울을 유도한 뒤 다시 슬라이더로 돌아가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스플리터가 높게 남았다. 기쿠치는 그 판단을 스스로 짚었다. “전전 경기에서 소사가 체인지업으로 홈런을 쳤으니, 던질 거였으면 조금 더 낮게 갔어야 했습니다. 그것도 야구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틀 전 9회, 소사가 새미 페랄타의 체인지업을 만루 홈런으로 만든 그 장면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경기는 8회에 완전히 갈렸다. 기쿠치가 내려간 뒤 호세 페르민이 2아웃을 잡지 못했고, 미치 페리스와 새미 페랄타가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다. 브랜든 마시와 루이스 아라에스의 적시타로 두 점이 더해졌고, 9회에도 한 점이 붙었다. 9회말 에인절스가 한 점을 만회했지만 5-2로 끝났다. 스윕. 7연패.
기쿠치는 봄에 릴리스 포인트를 높이려 했다. 홉을 더 주고 싶어-공이 덜 떨어지는, 이른바 떠오르는 듯한 패스트볼을 원했기 때문이다. 오프시즌 내내 그 작업을 했고 무브먼트는 좋아졌지만 타자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다치고 있는 동안에 다시 죽이는 식이 돼서, 본래 기분 좋게 던질 수 있는 자리에 지금 있다고 생각합니다. 팔 위치 같은 건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기분 좋게 팔이 휘둘러지는 곳에서 던지고 있습니다.”

그는 필리스에 대해서도 말했다. “좌우 가리지 않고 치니까요, 그들은. 하위 타선까지 포함해서 대단히 경험이 많은 팀이고, 홈런을 친다 싶으면 번트를 대고, 이번 세 경기에서 번트 안타가 네 개쯤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강한 팀이구나, 좋은 야구를 하는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사흘 전 리드 데트머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5회초 스퀴즈 번트에 한 점을 내준 뒤였다. “번트를 대기 시작하면, 우리도 번트 수비를 더 잘해야 한다.”
세 경기 동안 에인절스 선발은 각각 6이닝 1실점, 5이닝 1실점, 7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세 번 모두 졌다. 스즈키는 그 점을 알고 있었다. “결국 선발 투구는 정말 좋았다. 거의 모든 경기에서 우리는 이길 기회가 있었다. 앞을 보고 긍정적인 부분을 보려 한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면 도움이 안 된다.”
기쿠치에게 남은 등판은 네 번쯤이다. “어깨를 좋은 상태로 마칠 수 있다면 넘어섰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상 없이 다음 시즌으로 이어질 무언가를 잡고 끝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