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를 떠받쳐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된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중단되거나 지연되면서 10조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AI 투자 붐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미국 전역에서 올해 최소 47개의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철회,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규제정보업체 레그레이어(Reglayer)가 집계한 수치로, 대규모 사업만을 대상으로 한 보수적인 추정치라는 점에서 실제 차질을 빚는 프로젝트는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분석은 더욱 충격적이다. 현재 미국에서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 가운데 실제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는 3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머지 65%는 자금 조달이나 전력 확보, 인허가 등의 장벽을 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FT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전역에서 1,000개가 넘는 지역사회가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나 제한 조치 도입을 시도했다.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과 냉각용수를 소비하면서 전기요금 상승과 지역 전력망 부담,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산업을 주도하는 오픈AI의 5,000억 달러 규모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도 예외가 아니다. 오라클이 추진하는 일부 데이터센터 건설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가상화폐 채굴업체 출신 데이터센터 개발사들도 AI 기업들과 임대 조건을 재협상하거나 시설 공급 일정을 늦추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AI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코어위브(CoreWeave)는 막대한 차입 부담과 수익성 우려로 회사채 금리가 15% 안팎까지 치솟았다. 주가 역시 최근 급락하면서 AI 인프라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도 15일 고금리와 주식시장 불안으로 주요 AI 인프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 계획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퍼머스(Firmus), 소프트뱅크가 지원하는 SB에너지(SB Energy), 블랙스톤이 투자한 에어트렁크(AirTrunk) 관련 상장 계획 등이 연기되거나 보류됐다.
특히 AI 인프라 사업의 핵심 문제는 투자 규모와 실제 수익 사이의 격차다.
컬럼비아대 경제학자 스틴 반 니우어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2025년부터 2032년까지 10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AI 서비스가 이처럼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할 만큼 빠르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AI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무리한 차입을 바탕으로 추진된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들이 시장의 본격적인 검증대에 올랐다고 분석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제 무조건적인 성장 가능성보다 실제 수익성과 부채 부담, 사업 실행 능력을 훨씬 엄격하게 평가하고 있다.
AI 투자 열풍의 최대 수혜자였던 데이터센터 산업이 오히려 거품 논란의 진원지로 떠오르면서 미국 경제와 증시 전반에도 새로운 불안 요인이 형성되고 있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