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을 놓고 집권당인 자민당 내부에서 “심장이 멎을 것 같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이같은 지지율 침체 원인을 놓고 자민당에서는 통일교 유착 관계 논란, 아베 신조 전 총리 국장(國葬) 강행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당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 정권 지지율을 끌어올릴 만한 재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니치신문과 사회조사연구센터의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 조사부터 16%포인트 하락해 내각 출범 이후 최저인 36%를 기록했다.
각료나 자민당 소속 의원들과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과의 관계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 실시 판단에 대해 많은 국민이 문제 삼고 있는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져 정부·여당 내에는 경계감이 확산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코로나19로 요양 중인 기시다 총리는 전날 밤 기자들과의 온라인 질의응답에서 지지율 급락에 대해 “국민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여 일본이 직면한 과제에 전신전령(全身全霊)으로 임해 사명을 완수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시다 내각은 정권 출범 당시에는 지지율이 50%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 후로 큰 스캔들도 나오지 않고 견조한 추이를 보였다. 이번에 정권부양 효과가 예상되는 개각 이후 조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16%포인트나 급락한 것은 정권에 큰 타격이 됐다.
마이니치신문은 지지율 급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속속 드러난 통일교와 각료 및 당 소속 의원들과의 관계와 후속 대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의 조사에서는 새 내각에서 8명의 각료가 과거 통일교와 관계가 있었고, 부대신·정무관 총 54명 중 교단과의 관계를 인정한 것은 23명에 달했다. 교도통신의 앙케이트에서도 통일교와 접점이 있던 국회의원의 약 80%가 자민당 소속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통일교와의 관계에 대한 조사나 설명에 대해 “많은 유권자가 납득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추측했다. 그는 “당으로서의 조직적 관여는 일절 없다”고 강조하고, 각 의원의 해명에 맡겨 온 당 방침에 대해선 “재검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총리가 적절한 것으로 판단해 추진을 강행하기로 한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자민당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좀 더 야당과 조율할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정부는 이번 주에 국장에 드는 지출 규모 등에 대해 국무회의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지만 9월27일로 예고된 국장을 앞두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자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3할대에 진입한 지지율에 대해 “굉장히 떨어지는 편이다.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며 “이만큼 통일교 문제로 얻어맞으면 (지지율이)내려가는 게 당연하다”고 언론보도에 불만을 터뜨렸다.
반면 자민당의 다른 중진의원은 “참의원 선거를 승리했는데 이렇게 떨어질 줄이야”라고 놀라워하면서 “통일교 문제만으로는 설명이 안 될 것 같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정권과 거리를 둔 또 다른 중진의원은 “앞으로 정권 부양 요소가 부족하다”며 “어디까지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통상국회(정기국회)에서 통일교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기시다 정권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태세다. 고이케 아키라 일본 공산당 서기국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각료들과 통일교와의 관계를 언급하며 “국민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