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가 과거 유죄 확정 판결로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을 받았더라도, 총영사관의 여권·사증(비자) 발급 시에는 별도의 판단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최기원 판사는 A씨가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여권·사증발급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10월27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한인 A씨는 2014년 국내에 거주하면서 대마를 수입 및 흡입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에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은 같은 해 10월10일 출국명령을 내렸고 A씨는 2015년 7월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법무부는 2015년 6월30일부터 영구적으로 A씨 입국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8월 재외동포(F-4) 체류자격 사증발급을 신청했는데 LA 총영사는 출입국관리법을 근거로 사증 발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6년 전 내려진 입국 금지 결정만으로 총영사가 사증 발급을 거부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고, 마약범죄를 저지른 뒤 입국금지 조치 등을 받은 후 기간이 지나 재입국이 허용된 사례도 존재한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최 판사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최 판사는 “입국금지 결정 당시 법무부 장관이 공식적인 방법으로 이를 외부에 표시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입국금지 결정이 대외적으로 구속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총영사관 측이 이 사건 입국금지 결정 외에 다른 근거나 판단 과정이 없이 사증발급을 거부한 것은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아울러 “재외동포법이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 재외동포가 대한민국과 관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정된 것을 고려하면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입국금지 조치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총영사관의 A씨에 대한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