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호가 화성에서 부는 118m 높이의 모래바람 소리를 처음 지구에 전송한 것에 과학자들이 환호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 보도했다.
화성에 모래바람이 분다는 건 여러 번 관측됐지만 모래 바람 소리가 들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래 바람이 화성탐사선 퍼시비어런스호에 직접 닥치면서 탐사선이 모래에 뒤덮이고 바람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전해졌다.
화성의 모래바람이 화성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과학자들이 전율을 느꼈다. 작은 모래 입자들은 화성 탐사선에 고장을 일으키고 태양전지판을 덮어 못쓰게 만들 수 있다. 이를 연구하면 향후 있을 화성 탐사, 나아가 유인 탐사에 필요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자연 통신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실린 모래 바람 소리는 미묘하게 시작됐다. 무전 잡음처럼 딱딱거리기도 하고 통통거리기도 했다. 종려나무 잎을 간질이는 미풍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이어서 모래 바람의 눈이 탐사선을 덮쳤고 몇 초 동안 침묵이 이어진 뒤 다시 모래바람이 탐사선 위로 회오리쳤다. 이게 전부였다. 화성은 다시 잠잠해졌다.
모래바람은 극단적인 날씨에 포함되지 않는다. 화성의 대기는 지구 대기 농도의 1% 정도로 옅어서 폭풍 소리가 크게 나지 않는다. 탐사선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짤막한 소음에 수많은 소리 신호가 잡혔고 탐사선 위 수퍼카메라 영상에 포착됐다. 연구자들은 모래 바람의 폭이 25m, 높이가 118m로 평가했다.
Do you want to hear the sound of a martian dust devil ? Here it is ! Our article just published in @NatureComms hey @CNES @ISAE_officiel @IRAP_France @UT3PaulSabatier https://t.co/3je4KMEne3 pic.twitter.com/2VUvVRtIJ3
— David Mimoun ✨🌪 (@MoonNext) December 13, 2022
논문 발표자인 프랑스 툴루즈 항공엔지니어링연구소인 ISAE_SUPAERO의 행성 과학자 나오미 머독은 “모래입자 하나하나가 부닥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알갱이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였다”고 했다.
모래 바람은 작은 태풍과 유사하다. 기온이 올라가는 낮에 더워진 지표면에서 상승하면서 생기는 것이다. 모래가 바람에 실려 날아오른다.
퍼시비어런스의 녹음기는 3분 정도를 녹음할 수 있으며 1달에 8번까지만 가능하다. 모래 바람이 자주 발생하는 시간에 녹음하도록 설정돼 있고 탐사선 카메라도 모래 바람이 발생하는 곳을 향해 있다. 따라서 이번 녹음의 성공에는 운이 크게 작용했다. 퍼시비어런스는 다른 관측 장비도 여럿 설치돼 있다. 기압과 온도 변화, 모래 알갱이가 부닥치는 소리와 영상이 상세하게 기록된다.
Here's a video made from colorized images captured by @NASA's Opportunity rover while it was backing away from the rim of the 800m-wide Victoria Crater on Mars from August 26-28, 2008. The sound was actually captured by the Perseverance rover in Jezero Crater on March 7, 2021. pic.twitter.com/mWAm0FiTqh
— Jason Major (@JPMajor) October 13, 2022
2018년 11월에 착륙한 제2의 화성 착륙선 인사이트에는 지진계와 굴착장비도 있다. 인사이트 탐사선은 태양전지판에 먼지가 쌓이면서 수주 이내에 작동을 멈춘다. 인사이트에 퍼시비어런스에 닥친 모래 바람이 불면 수명이 길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