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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 타임스케치] “영부인이 모든 일 결정한다”

2024년 0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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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성공한 군주는 대부분 충직한 신하의 보필과 현명한 부인의 내조를 빼놓을 수 없다. 그 대표적 인물로 중국 역사상 가장 번영했던 ‘정관의 치(貞觀之治)’ 시대를 구가한 당 태종 이세민을 들 수 있다. 당태종은 형제를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지만 지난 잘못을 딛고 치세에 공을 들인 결과 중국뿐 아니라 세계사에서도 손꼽히는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던 거다.

그렇게 하기까지에는 백성을 섬기는 마음과 신하의 간언도 마다않는 자세 그리고 정적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는 통합의 정치 등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그 이면에 있는 훌륭한 신하와 지혜로운 부인의 도움 무시 못한다.

그 충신 중 하나가 위징이다. 언제나 황제의 비위를 거스르면서가지 잘못을 지적하는 그의 직언이 얼마나 강했던지 한번은 당태종이 분노를 삭이지 못하며 그를 처형하겠다는 소리에 황후는 ‘신하가 굽히지 않고 바른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폐하께서 명군이라는 뜻이 아니겠냐’며 추켜세움으로써 황제의 분노도 신하의 위기도 모두 피할 수 있게 했다.

이렇듯 당태종이 성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위징 같은 신하의 직언과 간언도 감수하고 받아들이는 존중과 황후의 교만하지 않고 검소함, 백성을 배려하는 품성의 덕이었다.

허나 한비자는 군주를 망하게 하는 간신을 8가지로 분류한 ‘팔간(八奸)’에서 그 첫째가 ‘한 침대를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부인과 후궁들의 일명 ‘베갯머리 송사’를 가리키는 말일텐데 쓰기 나름일 것이다. 해서 ‘권력의 크기가 최고 권력자와의 거리에 따라 좌우된다’고 하는 이유다.

이는 동서고금에 구분이 없을 게다. 그럼 미국에서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게끔 도와 칭송받는 영부인들은 누구며 그 반대는 누굴까? 미국은 영부인이 살기 쉽지 않은 나라다. 너무 앞에 나서 활동하면 ‘설쳐 댄다’ 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뒤로 물러나 있으면 ‘자리에 있는 거냐, 없는 거냐’고 비난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위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남편 뒤에서 도울 줄 아는 영부인상이 어디 그리 쉬울까? 그렇다 해도 FDR 프랭클린 루즈벨트 부인 엘리노어 여사는 ‘너무 나서는’ 영부인으로 분류되면서도 워낙 훌륭한 일을 많이 한 탓 때문인지 오랫동안 미국인의 칭송 순위 1위다. 아동, 여성,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활동과 인권운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쳤으며 소아마비로 휠체어 생활하는 남편을 대신해 전국을 누비며 국민들의 의견까지 들어서다.

이 외에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충실한 조언자이자 부인였던 에비게일 애덤스, 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의 영부인 돌리 매디슨 등이 유명한데 특히 돌리 메디슨은 1812년 영국과 전쟁이 벌어졌을 때 백악관이 함락되기 직전 몸소 수많은 공문서와 서적 게다가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까지 챙겨 탈출했다고 전해진다. 이날 영국군은 백악관을 불질러버렸다.

그렇다면 반대로 최악의 영부인은 누굴까? 사치와 낭비벽에 빠져 대외활동을 가장 소극적으로 펼쳤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부인 메리 여사가 꼽힌다. 링컨이 결혼식장으로 가면서 ‘나는 지옥으로 가고 있소’라고 자조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헌데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루즈벨트와 링컨과 달리 두 영부인이 ‘최고’와 ‘최악’으로 엇갈리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헌데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토론대결 이후 인지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용퇴냐 사수냐’를 두고 말이 많은 가운데 부인 질 바이든 여사의 목소리에 따라 좌우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서 ‘여사가 모든 일을 결정한다’는 ‘만사여사(萬事女史)’가 떠 오르는 게 지나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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