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에인절스의 클럽하우스에는 재즈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TV에서는 잉글랜드-프랑스 월드컵 3,4위전 경기가 4-3으로 흘러가는 중이었고, 오늘 선발이었던 그레이슨 로드리게즈는 소파 한가운데 앉아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 9회 블론세이브를 내준 커비 예이츠의 모습도 보였고, 내일 선발 예정인 라이언 존슨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콧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클럽하우스를 오갔다.

7월 18일 빅에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타이거스와의 2차전, 에인절스는 0-7로 완패했다. 1회에만 4점을 내주며 경기 초반부터 흐름을 완전히 내줬고, 이후로도 추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같은 구종, 다른 결과
이날 양 팀 선발이었던 타릭 스쿠벌과 그레이슨 로드리게즈는 공교롭게도 던지는 패턴이 비슷했다. 둘 다 95마일 이상의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삼는 투수다. 하지만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최근 KBO 조계현 기술위원장으로부터 “구속이 있어도 무거운 볼이 있고, 가볍게 날아가는 볼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날 경기가 그 좋은 예가 됐다.
스쿠벌은 7이닝을 던지며 무자책, 9탈삼진, 투구수는 87개에 불과했다. 지난 5월 말 디트로이트 방문시, 팔꿈치 유리체 제거 수술로 부상자명단에 있었던 그가 재활을 빠르게 마치고 원래 컨디션을 완전히 되찾은 모습이었다. 아직 구속이 완벽하게 돌아온 건 아니지만, 이닝당 투구수를 적게 관리하며 에인절스 타선을 시종일관 압도했다.
반면 로드리게즈는 4이닝 6자책점으로 무너졌다. 로케이션 문제와 함께, 주자가 나가면 급격하게 흔들리는 제구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그러면 안 된다”
로드리게즈는 경기 후 초반 붕괴를 스스로 인정했다. “초반에 볼들을 존 가운데로 몰아넣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그러면 안 된다”며 “오프스피드 구종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타자들이 결국 패스트볼만 노리게 된다”고 말했다. 몸 상태에 대해서는 “내가 원하는 만큼 좋진 않지만, 매일 나가서 계속 열심히 하고있다. 그게 할 수 있는 전부”라고 덧붙였다.
경기 내내 기복이 반복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나도 그걸 알고 싶다”며 “풀시즌으로 매 등판을 나가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 언젠가 딱 맞아떨어지는 등판이 올 거고, 거기서부터 쌓아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커트 스즈키 감독도 로드리게즈의 부상 복귀 상황을 언급하며 “작년에 아예 한 해를 걸렀고, 올해도 부상이 있었다. 그냥 마운드에 서야 하고, 구위는 이미 있으니 이제는 실행(execution)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1회 4점 실점에 대해서는 “타이거스가 존 안에 남은 볼들을 놓치지 않고 때려냈다. 사이영상 투수를 상대로 초반에 밀리면 더 힘들어진다”고 덧붙였다.

포수가 본 오늘 경기
이날 유일하게 방망이가 살아있었던 선수는 포수 로건 오하피였다. 3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한 오하피는 로드리게즈의 투구에 대해 “어려웠던 이닝들의 공통점은 카운트에서 뒤처지고 보조구종이 스트라이크존에 잘 들어가지 않은 것”이라며 “그럼에도 스터프 자체는 괜찮았고, 침착함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스쿠벌에 대해서는 “체인지업이 정말 좋았다. 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답게 피칭했다”고 인정했다. 최근 이어지는 타선 침묵에 대해서는 “최근 며칠 힘든 투수들을 계속 상대했다. 변명은 아니지만, 매일 밤 1-2 카운트에 몰리는 느낌”이라며 “라인업에서 누가 나쁜 스윙을 하거나 계획을 안 지키는 건 아니다. 그냥 지금 밀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인절스는 이날 패배로 최근 20이닝 넘게 1점 이상을 내지 못하는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시리즈 최종전은 7월 19일 오후 1시 7분, 케이시 마이즈와 라이언 존슨의 매치업으로 열린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