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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전기요금도 올린다…美 데이터센터 붐에 물가 새 불씨

WSJ "AI 인프라 경쟁, 스마트폰·게임기·전력 비용으로 번진다"

2026년 0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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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송전탑. Photo by Andrey Metelev on Unsplash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반도체와 전력, 전자제품 가격을 밀어올리며 물가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전자부품 도매가격과 전기·배선 설치 인건비가 뛰고, 스마트폰과 게임기 가격, 전기요금까지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 충격이 잦아들고 휘발유 가격도 하락하고 있지만, AI 인프라 구축이 미국 물가의 새로운 상승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개발 경쟁에 투입되는 자금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대형 클라우드·AI 인프라 기업 5곳의 올해 설비투자는 7410억달러로 추정된다. 지난해보다 약 75% 늘어난 규모다.

가격 상승은 이미 일부 지표에 나타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주변기기 가격은 1년 전보다 약 15% 올랐다. 도매 단계의 전자부품과 부속품 가격도 지난달 전년 대비 27% 상승했다.

전기요금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초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가 2030년까지 미국 전력 수요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로 올해와 내년 소비자 전기요금이 매년 약 6%씩 오를 수 있다고 봤다.

AI 경쟁은 소프트웨어만의 싸움이 아니다. AI를 운영하려면 서버와 냉각 설비를 사들이고 전력망, 광섬유 케이블, 비상 발전기까지 갖춰야 한다. 결국 AI 경쟁은 대규모 인프라 경쟁에 가깝다.

스테인 판 니우어버그 컬럼비아대 경제학자는 WSJ에 AI 경쟁이 단순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니라 건물을 짓고 장비와 전력망을 구축하는 투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발표됐거나 계획된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을 기준으로 2032년까지 AI 인프라 투자액이 약 8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WSJ은 이를 뉴욕시 전체 부동산 시장 가치의 약 5배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AI 투자 붐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전자제품 가격, 데이터센터 건설 인건비, 전기요금이다. AI에 쓰이는 장비와 자재가 다른 산업에서도 널리 쓰이기 때문에 관련 가격 상승이 소비재 가격과 기업 비용으로 번질 수 있다.

가격 상승 압력을 받는 대표 품목이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다. 이들 반도체는 AI 서버뿐 아니라 스마트폰, 게임기, 자동차 등 다양한 소비자 제품에도 쓰인다. 이미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소니는 일부 기기 가격을 올렸고, 애플 제품도 비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전자부품 비용 상승 폭이 40여년 경영 경험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이라고 말했다. AI 투자 경쟁이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노동시장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전기·배선 설치 인력 수요가 늘면서 관련 임금이 오르고 있다. 4월 전기·배선 설치 노동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1년 전보다 6.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민간 부문 노동자 임금 상승률 3.6%를 크게 웃돈다.

단기적으로는 AI 인프라 구축 수요가 물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민간 경제학자 단체인 전미기업경제협회(NABE) 설문에서 응답자의 81%는 AI 인프라 구축이 향후 1년간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그레고리 다코 NABE 회장 겸 EY파르테논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대형 기술혁명의 초기 단계에서는 반도체와 전력, 건설 인력처럼 공급이 제한된 자원에 수요가 몰려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AI 투자 붐은 관세나 유가 충격보다 오래가는 물가 압력이 될 수 있다.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는 관세와 유가 상승은 일회성 충격에 가깝지만, AI 인프라 투자는 데이터센터 장비와 전력, 건설 인력 수요를 수년간 이어지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도 데이터센터 투자가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이미 발표된 데이터센터 투자 가운데 실제로 쓰인 돈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이 향후 기업공개(IPO)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물론 AI가 장기적으로는 물가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과거 기술혁명은 생산성을 높여 기업들이 가격을 크게 올리지 않고도 늘어난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지난해 11월 WSJ 기고에서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UBS 이코노미스트들은 AI가 실제로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내려면 빨라도 최소 몇 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AI 인프라 투자가 코로나19 이후 경제 재개 때와 같은 폭발적인 물가 급등을 일으킬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스마트폰과 게임기 구매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전기요금도 미 노동부 기준 소비지출의 약 2.5% 수준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미국 물가가 이미 연준 목표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미 상무부는 26일 연준이 기준금리 판단 때 중시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발표한다. 경제학자들은 이 지표가 1년 전보다 4.1% 올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의 물가 목표는 2%다.

욘 스타인손 UC버클리 경제학자는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이 물가가 다시 내려올 것이라는 기대를 접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시적 충격처럼 보이는 일이 반복되면 소비자와 기업이 높은 물가를 당연한 상태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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