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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 남겨진 가족 걱정 안고 뛰는 다저스의 앤디 파헤스

2026년 0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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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파헤스. 다저스 X

LA 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앤디 파헤스는 요즘 심경이 복잡하다.

쿠바 출신인 파헤스가 아직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면 경기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파헤스는 현재 자신의 심경을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밝혔다.

앤디 파헤스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집으로 운전해 돌아가는 길마다 쿠바에 있는 가족에게 물어볼 질문들을 떠올린다. 쿠바 최서단에 위치한 인구 2만3천 명 규모의 고향 만투아는 어떤지, 전기는 들어오는지, 가족들은 모두 무사한지 묻고 싶다.

때로는 파헤스가 가족에게 보내는 왓츠앱 메시지가 정상적으로 전달된다. 하지만 가장 힘든 날은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고 전화도 곧바로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갈 때라고 그는 말했다. 그럴 때면 머릿속 한구석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미국 출신 선수들은 물론 비자를 받아 뛰는 다른 외국 선수들과 달리, 파헤스는 미국에서 유독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아내 알론드라와 함께 미국에서 생활하지만 부모와 여동생은 여전히 만투아에 남아 있다. 다저스 3년 차 중견수인 그는 올해 연봉 80만 달러를 받고 있지만, 쿠바로 돌아가는 항공권을 사거나 가족을 자신이 뛰고 있는 미국으로 데려올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제재와 외교적 압박 등 미국과 쿠바의 긴장 관계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 때마다 무슨 일이 없기를 바라며 불안 속에서 기다린다.

2주 전 스페인어 인터뷰에서 파헤스는 “마음의 평온과 안정을 얻을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며 “쿠바 상황을 생각하면 언제든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내 가족 모두가 쿠바에 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34명의 쿠바 출신 선수 중 한 명인 파헤스는 조용하고 사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좋은 일이나 나쁜 일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쿠바 문제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그의 야구 인생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앤디 파헤스. 다저스 X

어릴 적 그는 미국에서 야구를 하거나 쿠바를 떠나는 것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월드시리즈 2회 우승자 율리 구리엘처럼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었다.

파헤스는 “성장하면서 메이저리그가 무엇인지 이해하게 됐다”며 “세상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야구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 무대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25세인 그는 이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두 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쿠바 출신 선수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에 이 기록을 달성했다.

파헤스의 미국행 과정은 다른 쿠바 선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생애 동안 지금처럼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악화된 적은 없었다. 그는 냉전 종식 이후 거의 10년이 지난 뒤 태어났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양국 관계가 다소 완화되기도 했다.

그는 그 시절의 만투아를 떠올리며 드물게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서로 도우려고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하는 매우 밝은 곳이다. 아름다운 풍경도 많다. 사람들은 늘 함께 어울리고 파티를 열고 음악을 즐기며 행복하게 지낸다.”

하지만 지금의 쿠바는 가족들의 이야기와 짧은 영상, 그리고 미국의 제재를 다루는 뉴스 화면을 통해서만 접하고 있다. 연료 부족으로 인한 정전과 경제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국과 쿠바의 관계는 긴장과 완화를 반복해 왔다. 그러나 올해 1월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마약 테러 및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한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은 쿠바 정부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쿠바에 석유를 판매하거나 공급하는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로 인해 쿠바에서는 병원들이 비필수 수술을 중단하고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 대배심이 1996년 쿠바 전투기가 미국 망명자들이 조종하던 비행기 두 대를 격추한 사건과 관련해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라울 카스트로를 기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인도주의적 위기는 파헤스 같은 선수들을 어려운 상황에 몰아넣고 있다.

앤디 파헤스. 다저스 X

그는 쿠바로 돌아갈 수 없고,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잘못하면 선수 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팀 동료인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는 그런 파헤스를 돕기 위해 늘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에르난데스는 “야구 자체가 이미 어려운 경기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 큰 부담을 안지 않도록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르난데스의 가족이 최근 그의 버블헤드 기념 행사에 참석해 함께 축하했던 것과 달리, 파헤스의 가족은 대부분 라디오나 흐릿한 TV 화면을 통해서만 그의 경기를 지켜본다.

그 심정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베네수엘라 출신 내야수 미겔 로하스다.

로하스는 파헤스가 가족 문제와 선수 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가족의 가장인 경우가 많다. 이 일이 우리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그래서 계속 선수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고 로하스는 말했다.

“나도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내 공동체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지금 나는 선수로서 일을 하고 있고, 이 일을 잃으면 다른 일을 할 줄 모른다.”

5월 3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이 끝난 뒤 파헤스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그 경기에서 2루타를 치고 득점까지 올렸지만, 경기 후 클럽하우스에서는 조용히 지나가며 스페인어로 “좋은 밤 되세요”라고 인사한 뒤 떠났다.

평소 크게 울려 퍼지던 레게톤 음악도 없었고,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귀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파헤스 역시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말없이 클럽하우스를 빠져나갔다.

LA 다저스의 앤디 파헤스가 애리조나와의 개막전에서 0-2로 뒤지던 5회 역전 3점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다저스 X

그럼에도 그는 올 시즌 다저스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 공동 최다인 56타점을 기록 중이며, 내셔널리그 수비 기여도 부문 상위권에 올라 있다. 실책 없이 중견수를 소화하고 있으며 홈런 15개로 팀 내 두 번째를 기록 중이다. 타율과 장타율 역시 팀 상위권이다.

하지만 그런 활약 뒤에는 쿠바에 있는 가족의 안부를 매일 걱정하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파헤스는 미국 생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에서 누리는 자유에 감사하고 있으며, 가족과 삶을 함께하지 못하는 슬픔을 안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은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맡기고 있다.

고향 만투아에 대해 묻자 그는 주저 없이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나열했다. 그리고 피곤할 때면 LA의 쿠바 베이커리 체인 포르토스에서 음식을 주문해 고향의 맛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솔직히 말해 LA의 어떤 것도 쿠바를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고 했다.

“쿠바처럼 아름답고 즐거운 나라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로하스 역시 같은 심정을 토로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장이 아닌 곳에서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밤에 불이 꺼지고 집에 돌아가면, 결국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이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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